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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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가 모든 게 다 완벽하고 공정할 순 없어. 그런 사회는 없다고. 그런데 중요한 건 뭐냐면 국민들이 볼 때 공정한 척이라도 하고 공정해 보이게라도 해야 돼. 그 뜻이 뭐냐? 일단 걸리면 가야 된다는 말이야." 한동훈 법무장관 후보자가 국민적 스타가 된 건 채널A 기자와 나눈 녹취록이 공개되면서부터였다.

권력자가 잘못을 저지르면 속으로는 안 그렇더라도 미안하다고 하거나 잠깐 물러나야 한다는 것, 이 당연한 일을 못했기 때문에 문 정권이 ‘내로남불 정권’이 된 것 아닌가? 진중권 선생은 이 현상을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민주당 사람들은 정의상 잘못을 할 수가 없어요. 비리를 저지르다 적발되면, 그것은 검찰 탓입니다. 성추행을 하다가 걸리면 보도를 한 언론 탓입니다. 유죄판결을 받으면 법원 탓입니다."

심지어 조국 사태를 ‘선출된 권력에 대한 검찰의 쿠데타’라고 하는 이도 있었고, 안민석은 조국 가족이 수사가 아닌, 사냥을 당했다며 문재인 대통령에게 퇴임 전 정경심 사면을 호소한 바 있다. 입법권을 가진 국회의원을 다섯 번이나 한 이가 범법자를 이런 식으로 옹호한다면, 법은 왜 만드는 것일까?

원래 민주주의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법 앞의 평등을 원칙으로 하는 제도, 젊은 시절 그렇게 민주주의를 외쳤던 586이라면 누구보다 이 원칙에 철저해야 한다. 그들이 권력을 잡고 난 뒤 자신들이 절대선인 것처럼 굴며 법과 원칙을 무시하는 것은 그래서 당황스럽다. 더 큰 문제는 이를 지적해도 반성할 줄 모른다는 것이다. 예컨대 청와대가 개입된 울산시장 선거 사건을 검찰이 기소했을 때, 법무부는 당연히 해야 하는 공소장 공개를 거부했다.

한동훈의 말을 다시 들어보자. "아니, 일개 장관이 헌법상 국민의 알 권리를 포샵질을 하고 앉아있어. 국민의 알 권리가 나중에 알아도 될 권리야?" 당시 법무장관인 추미애가 여기에 대해 해명한 적이 있을까? 없다. 그 대신 추미애는 한동훈이 자신에게 ‘일개 장관’이라 한 것에 ‘자괴감을 느꼈다’고 했을 뿐이다. 이런 걸 보면 그들이 문재인과 이재명을 지키겠다며 검수완박을 추진하는 것도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궁금했다. 586이 중심이 된 민주당에는 왜 저런 사람들밖에 없을까?

어느 분이 쓰신 댓글을 보니 586을 이해할 수 있는 단서가 있었다. "저들이 법을 제멋대로 하는 이유는 학창시절 밴 습관이 본능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무슨 말일까? 그들이 대학생이던 80년대, 당시 대통령은 전두환이었다. 정치와 언론을 비롯해 사회 각 분야를 통제했던 독재자에 맞서기 위해 586들은 한자리에 모여 화염병을 던졌다. 당시 악법이었던 집시법(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을 위반하는 것이었지만, 거악에 맞서는 싸우는 그들에겐 이 정도의 법 위반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민주당 정청래는 미국문화원 담을 넘어가 폭탄을 던졌고, 민간인을 프락치로 오인해 가혹한 고문을 가한 ‘서울대 민간인 감금. 폭행 사건’의 배후로 징역형을 받았던 유시민은 ‘항소이유서’에서 이게 다 자신이 조국을 사랑하기 때문에 벌인 일이라고 주장했다(2019년에 밝혀졌지만, 그의 조국 사랑은 찐이었다).

당시 이들과 함께 시위에 나간 대학생들은 졸업 후 밥벌이를 하며 사회질서에 순응하는 삶을 살았지만, 그 중심에 있던 586들은 자신의 운동경력을 팔며 거들먹거리느라 사회화 과정을 전혀 거치지 못했다. 그랬던 이들이 문 대통령 당선 이후 나라를 좌지우지할 수 있게 되자, 운동권 시절의 습성이 부각될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이들은 자신은 물론 자기 자녀들까지 민주화운동 유공자로 지정해 혜택을 주려 하고, "우리가 민주화 운동할 때 너희들은 무엇을 했느냐?"고 다른 이들을 윽박지르기까지 하니, ‘운동권 건달’이란 말이 나올 만하다. 이런 현상을 보면서 우리는 소크라테스가 악법이라 해도 존중해야 한다고 한 이유가 뭔지 이해하게 된다. 운동권 건달들에게 말씀드린다. "너희들이 선출직을 그렇게 강조하는 건, 살면서 이룬 거라곤 정권 잡은 게 유일해서 그런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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