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호
김대호

국정철학과 국정전략(목표·방향)을 흔히 비전하우스(Vision House)라 부르는데, 개념설계(Concept Design)의 핵심 고려사항은 무엇일까?

당연히 4대강국에 둘러싸인 분단국이라는 지정학적 조건과 에너지·식량·의약품 등 생명자원의 안정적 조달을 위한 자유통상환경, 그리고 국제비교 우위가 있는 상품서비스 창출이 첫 손가락에 꼽힐 것이다. 이로부터 한미동맹과 자유통상질서를 요체로 한 외교안보 전략과 경제산업전략이 도출된다.

그런데 한국은 조선 유교체제-식민통치-분단과 건국전쟁-정전체제-국가주도 경제발전으로 이어지는 성공의 역사로 인해 그 어떤 문명국보다 정치·정부 권력이 쥐락펴락하는 것이 많은 나라다. 따라서 이 크고 치명적인 권력을 쟁취하기 위한 대립과 갈등이 극심할 수밖에 없다. 정치인과 정치세력의 시야도 협소해지고, 외세의 개입과 외세와 결탁도 필연이다. 정치인의 시야가 권력 쟁취 그 이상을 생각하지 않으면, 자유와 자유, 권리와 권리의 충돌을 긴 호흡으로 조정할 수 없다. 그렇게 되면 헌법적 가치의 핵심인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은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윤석열 정부의 비전하우스인 ‘110대 국정과제’에는 북핵 못지않게 치명적인 초저출산 문제에 대한 인식과 대안이 너무나 부실하다. 온갖 대립과 갈등의 진원인 권력이 좌지우지하는 분야, 즉 공공부문을 줄이고 투명화하고 특권과 특혜를 내려놓게 한다는 개념 자체가 없다. 만악의 근원인 정치제도 개혁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없다. 한마디로 개념설계를 건너뛰고 부분(부품)설계와 상세설계만 한 직업공무원과, 그 시야가 지역구를 넘어서지 못하는 다선 국회의원이 합작한 졸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재건축 수준의 리모델링이 필요하다. 개념설계부터 새로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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