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자료 여기저기서 얻어 베끼고서는 ‘특종 자랑’
취재·보도 기본원칙 망각...세계 어디에도 없는 행태
언론 명예·자존심 스스로 저버리는 상식 밖의 행위

서로 ‘단독’임을 내세우며 같은 내용을 보도한 경향(맨 위), 한겨레(가운데) 그리고 SBS 방송. /인터넷 캡처
서로 ‘단독’임을 내세우며 같은 내용을 보도한 경향(맨 위), 한겨레(가운데) 그리고 SBS 방송. /인터넷 캡처

언론은 경쟁사들이 미처 취재하지 못한 중요 사실을 한발 앞서 보도할 때 ‘단독’이라 내세운다. ‘특종’이라 부른다. 기자의 목표다. 언론의 명예·자존심이다. 정부·기업의 보도 자료를 똑 같이 베껴대는 기자들은 ‘기자’가 아니다. 국민들도 ‘단독’기사를 읽으며 치열한 경쟁을 이긴 기자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특종은 언론의 존재 이유다.

그러나 ‘단독’으로 가장해 독자·시청자를 속이는 언론들이 있다. 3개 언론이 ‘서울 용산공원 오염’을 다루며 다들 ‘단독’ 기사라 했다. 그러나 같은 자료를 여기저기서 얻어 와 베끼고서는 서로 ‘단독’이라 했다. "단독"으로 이미 기사가 된 자료를 같은 언론이 다른 곳에서 얻어 와 또 ‘단독’이라 보도했다. 그런 ‘단독’들이 있을 수 없다. 취재·보도의 기본원칙을 망각한 행태다.

경향 10일 인터넷 판: [단독] 용산공원 개방 부지서 2300ℓ·1100ℓ ‘심각’ 단계 유류 유출 사고 있었다:
"김병주 민주당 의원을 통해 확보한 환경부의 ‘용산기지(사우스포스트 구역) 환경조사 및 위해성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이 구역에서..."

한겨레 7일 인터넷 판: [단독] ‘집무실 보여준다’ 열리는 용산공원…면적 66% 독성 ‘범벅’:
"이수진 민주당 의원을 통해 확보한 미군 용산기지 ‘사우스포스트 환경조사 보고서’를 분석해보니..대통령 집무실 남쪽에 펼쳐진 구역으로, 대통령 집무실을 볼 수 있고..."

SBS 7일 8시 뉴스: [단독] 개방 앞둔 용산공원…전 부지 토양·수질 ‘초과 오염’:
"SBS가 입수한 오염도 조사 보고서입니다. 기름 유출이 의심되는 석유계총탄화수소...(출처: 무소속 윤미향 의원)."

경향 5월20일 인터넷 판: 정부, 용산공원 시범개방 돌연연기…"차양막 부족?":
"기동민 민주당 의원실에서 입수한 ‘환경조사 및 위해성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개방 대상부지에..."

경향 5월13일 인터넷 판: [단독] 발암물질 뿜는 미군기지...체류시간만 줄여 ‘연내 공원화’ 강행"
"윤미향 무소속 의원을 통해 확보한 환경부의 환경조사 및 위해성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월 반환된 사우스포스트..."

이들이 저마다 ‘단독’이라 자랑하며 오염을 보도한 근거는 ‘용산기지(사우스포스트 구역) 환경조사 및 위해성 평가조사’ 뿐이다. 한국환경공단이 만든 것을 서로 베꼈다. 자료를 뿌린 야당의원만 윤미향-기동민-이수진-김병주로 바뀌었다. 자료는 같으나 준 사람이 다르다고 ‘단독’이라니? 세계 언론 어디도 이런 ‘단독’ 보도는 하지 않을 것이다.

경향은 5월 13일 이 자료 기사를 ‘단독’이라 했다. 일주일 뒤 다른 의원에게서 얻은 동일 자료를 기사화했다. 6월10일 또 다른 의원이 준 것으로 ‘단독’ 기사를 만들었다. 한 편집국 내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가? 기자들은 서로 확인조차 하지 않았는가? 경향이 이미 두 차례 보도했으나 한겨레와 SBS는 같은 자료를 이용하며 ‘단독’ 보도라 했다. 다른 언론사 기사는 확인도 하지 않는가? 경향은 자기들의 ‘단독’과 두 언론의 ‘단독’ 뒤에 다시 ‘단독’기사를 실었다. 어처구니없다. 이들은 보고서는 같으나 인용 부분은 다르니 ‘단독’이 된다고 우길지 모른다.

이름 있는 신문·방송의 보도라고는 도저히 믿기 어렵다. 그렇게 마구잡이 보도를 해도 독자·시청자들은 모를 줄 아는가? 아무리 특종이 절실하다 해도 국민을 속여서는 안 된다. 언론의 명예·자존심을 스스로 저버리는 상식 밖의 짓이다. 특종은 피와 땀의 결과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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