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탈원전 후폭풍이 지구촌을 덮친다〈상〉

원전가동 축소가 결국 화 불러...日 '전력 수급주의보' 첫 발령
러시아-우크라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공급망 붕괴도 큰 문제
獨은 석탄화력발전소 재가동...유럽각국, 신규원전 건설 나서

23일(현지시간) 촬영된 독일 네카르베스트하임의 원자력 발전소. 두 개의 유닛으로 구성돼 있으며, 블록1(오른쪽)은 2011년 폐쇄됐다. 하이브리드 냉각탑이 있는 블록2는 2022년 말까지 가동 중단이 예고된 마지막 3개 원자로 중 하나다. /EPA=연합
23일(현지시간) 촬영된 독일 네카르베스트하임의 원자력 발전소. 두 개의 유닛으로 구성돼 있으며, 블록1(오른쪽)은 2011년 폐쇄됐다. 하이브리드 냉각탑이 있는 블록2는 2022년 말까지 가동 중단이 예고된 마지막 3개 원자로 중 하나다. /EPA=연합

탈(脫)원전에 따른 전력 부족 현상이 가시화되고 있다. 때이른 무더위에 일본은 벌써부터 전력 비상이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27일 도쿄 일대의 전력 예비율이 3.7%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 ‘전력수급 주의보’를 발령했다. 처음 있는 일이다. 화력발전을 늘려도 상황이 여의치 않자, 국민들에게 절전을 요청하기 시작했다. 하기우다 고이치 경제산업상은 ‘실내온도 28도’를 지침으로 제시하며, 에어컨·TV도 한 집에 한 대만 켜자고 당부했다.

원전 가동률 저하가 현 사태의 근본적 배경이다. 2011년 3월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이전엔 전체 전력의 약 30%를 원전이 담당했다. 2021년 4월∼2022년 3월 기준 일본의 전체 전력공급에서 원전 비율은 6%로 대폭 축소돼 있다.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후 "안전을 최우선, 경제적 자립과 탈탄소화된 재생가능에너지 확대를 도모하는 가운데 가능한 한 원전 의존도를 줄인다"고 에너지 기본계획을 수립한 결과다. 재생에너지의 가능성을 맹신한 대가도 크다. 수명이 평균 20~30년인 태양광 패널 폐기에 골머리를 앓는다. 오히려 환경파괴의 주범이다. 환경성은 2040년 폐기될 태양광 패널을 1년에 80만 톤으로 추산했다.

현재 전력 부족은 세계적 현상이다. 중국의 경우, 냉방 수요 급증과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중단됐던 산업활동 재개가 겹쳐 심각하다.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 높은 독일은 지난 23일 국내 가스 비상공급계획 경보를 1단계 ‘조기경보’에서 2단계 ‘비상경보’로 상향 조정했다. 에너지 수급을 위해 멈췄던 석탄 화력발전소도 재가동한다. 구식 화석 원료 석탄이 대안이 됐다.

아시아 석탄가가 역대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과 탈원전에 앞장섰던 나라들(오스트리아·독일·그리스·네덜란드·폴란드·체코 등)이 속속 화력발전으로 돌아서고 있기 때문이이다. 우리나라도 영향권 안이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석탄화력발전과 LNG발전 비중은 작년 기준 34.3%· 29.2%로 전 세계 평균치와 비슷하다. 다만 원전 비중이 다른 나라에 비해 높았다(전세계 3번째). 작년 기준 국내 연간 발전량의 27.4%를 원전에서 수급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유럽의 에너지 공급망 붕괴로, 원자력 에너지가 다시 떠오른다. 최근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EU(유럽연합)의 그린 택소노미(녹색분류체계)에 원전 관련 산업이 포함됐다. 프랑스·체코·폴란드·영국 등은 신규 원전 건설에 나섰다. 독일 또한 올해 멈추려던 원전 3기의 수명연장을 검토하고 있다. 독일의 ‘탈원전 선봉’ 녹색당이 지난달 22일 당 대회에서 2023~2027년 공약에 ‘친원전’을 넣어 확정하는 이변마저 일어났다.

원전 총 56기를 운영하는 ‘원전 대국’ 프랑스는 전체 전력의 70% 이상을 원자력에서 얻어 왔다. 다만, 노후화에 따른 안전성 검사 등으로 절반가량이 가동 중단되자 사상 최고치 전기요금을 기록 중이다. 일부 원전을 재개해도 올 겨울 프랑스의 원자력 발전량은 평년 대비 25% 이상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다.

유럽은 전력 수요의 약 4분의 1을 원자력으로 충당해 왔는데, 그 절반 이상이 프랑스에서 생산된다. 유가까지 사상 최고로 치솟는 가운데, ‘탈원전 후폭풍’이 유럽에 밀려 온다. "프랑스 원전 사업의 회복을 위해 추가 원전 건설을 밀고 나가는 게 최고의 길이다(JP모건체이스 보고서)", 그것밖엔 답이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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