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 장애 지닌 신입 변호사의 대형로펌 생존기
"천재성에 초점 맞추기보다 평범한 사회 일원으로
성장해가는 과정 그리며 자폐 대하는 시선 폭 넓혀"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자폐 증상의 신참 변호사 ‘우영우’의 성장기를 그린 법정 드라마다. 천재성의 유용함을 부각시킨 기존의 자폐인 주인공들에 비해 지나치게 판타지화하지 않으면서, 평범인들과 더불어 살아갈 만한 존재로 그려내는 데 성공했다고 평가된다. /ENA 방송영상 캡처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자폐 증상의 신참 변호사 ‘우영우’의 성장기를 그린 법정 드라마다. 천재성의 유용함을 부각시킨 기존의 자폐인 주인공들에 비해 지나치게 판타지화하지 않으면서, 평범인들과 더불어 살아갈 만한 존재로 그려내는 데 성공했다고 평가된다. /ENA 방송영상 캡처

종합 엔터테인먼트 채널 ENA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가 13일 넷플릭스 ‘세계 톱 10 프로그램(쇼)’ 지난주 주간차트에서 비영어권 1위에 올랐다(2395만 시간 시청). 지난달 29일 첫 공개 2주 만이다. 넷플릭스 TV 프로그램 부문 전체로는 9일까지 세계 8위였다. 주로 아시아권 인기였는데, 유럽·남미 국가에 추가 공개될 터라 글로벌 흥행이 예상된다. ‘본방 사수’가 가능한 ENA 채널 시청률도 급증했다.

‘우영우’는 천재적 두뇌와 ‘자폐 스펙트럼’을 지닌 신입 변호사 우영우(박은빈 분)의 대형 로펌 생존기, 법정 휴먼 드라마다. "아, 괜찮습니다. 저는 그냥 보통 변호사가 아니니까요." 주인공은 스스로 장애를 당당하게 밝히며, 타인과 다름을 받아들인다. 자폐성 장애의 기존 주인공들에 비해 진일보한 모습으로 다뤘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영화 ‘말아톤’(2005)은 자폐아 초원(조승우 분)의 마라톤 도전기, 드라마 ‘굿닥터’는 서번트 증후군의 시온(주원 분)이 대학병원 소아외과의 천재 의사로 활약하는 내용이다. 영화 ‘증인’(2019),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2020)에도 비슷한 장애의 인물이 등장한다. ‘우영우’는 뭐가 다를까? 현실감과 판타지의 적절한 조화가 비밀의 열쇠다. "그런 주인공을 지나치게 현실적으로 그리기도 어렵지만, 너무 판타지화 하면 비현실적란 비판을 받게 된다", "용인 가능한 수준으로 판타지화 해서 자폐에 대한 일반의 시각을 바꿀 수 있도록 했다", "자폐 장애를 대하는 시선의 폭이 넓어졌다", "그런 노력과 변화가 작품 속에 잘 담겼다" 등이 전문가들 논평이다.

‘굿닥터’처럼 ‘우영우’도 장애인을 보호 대상이 아닌, 사회에서 제 몫을 해내는 독립적 인물로 묘사한다. 그러나 자폐를 하나의 비범한 능력치로 활용하는 것과 차별성을 보인다. 천재성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평범한 사회의 일원으로서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 것이다. ‘굿닥터’가 비범한 재능을 가진 사람의 유용성에 주목했다면, ‘우영우’는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사람이 우리와 다르지 않다고 설득하는 데 성공한 셈이다. ‘우영우’의 또 다른 특이성은 장애를 지닌 주인공의 시선을 충실히 따라간다는 점이다.

생소했던 ‘자폐성 스펙트럼 장해’가 ‘우영우’ 주인공의 입을 빌어 설명된다. 사람마다 양상이 다를 수 있다는 것도 알게 해준다. 자폐성 장애를 가진 주인공의 입장을 그대로 반영한 장면은 실제 장애 당사자 및 가족들에게도 공감을 얻고 있다. "경증 아스퍼거 성향인 중3 아들에게 드라마를 보여주니 본인과 비슷한 점이 많다며 재밌게 본다", "우영우가 눈알을 굴리고 흘겨보는 것은 너무 잘 표현한 것 같다" 등의 반응이다.

‘자폐증’이란 20세기 들어 고안된 용어지만, 새로운 현상이 아니었다. 본격적 연구는 1940년대 말 시작됐다. 미국의 리오 캐너(존 홉킨즈 의대 정신과 의사)가 자신의 클리닉에 의뢰된 몇 가지 유사한 특성의 아이들을 연구한 뒤, ‘자기’를 뜻하는 그리스어 단어에서 유래한 ‘오티즘’(autism, 자폐)이라고 명명했다. 한편 정상적인 지능·언어 발달이 돼 있으면서 자폐 유사행동, 사회성 및 의사소통술에 심한 결함을 가진 소년들의 행동양상을, 동시대 오스트리아의 의사 한스 아스퍼거가 연구해 논문으로 출간했다.

‘아스퍼거 증후군’ ‘캐너 증후군’은 비슷하면서 몇 가지 중요한 차이점이 관찰된다. 이후 더 광범위한 연구가 이뤄지며, 캐너와 아스퍼거 진단이 둘 다 옳았다는 게 밝혀진다. 사회적 상호작용·의사소통에 영향을 미치는 광범위한 질환의 일부임을 알게 됐고, 그 결과 ‘자폐성 스펙트럼 장애’(autistic spectrum disorders) 개념이 생겨났다. 오늘날 그것은 격리시킬 장애가 아니라, 더불어 살아갈 만한 ‘다름’ 정도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우영우’는 시대상을 반영하며 또 추동한다. 그런 의미에서 인도주의적인 ‘휴먼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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