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애란
이애란

북한은 1991년 8월 28일을 청년절로 정했다. 당시에 동유럽국가들에서는 대대적인 체제 전환이 있었고, 이에 대응해 북한은 청년절을 만들었다.

북한은 청년절을 맞아 자본주의와의 대결에서 승리해야 한다면서 청년들 사상 무장을 강조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주체혁명의 계승자’라는 제목의 정론을 2면에 실었다. 그 내용을 간추린다.

‘1990년대 행성의 대정치동란을 일으킨 여러 나라에서의 사회주의 붕괴는 벌써 20세기 중엽부터 청년들이 자본주의사상 독소에 오염된 데로부터 초래된 필연적 결과였다…물 위기, 자원 위기, 기후 위기와 같은 위협들도 큰 문제이지만 젊은 세대가 향락과 안일만을 추구하고 부패와 타락의 길로 줄달음치고 있는 것이야말로 인류가 직면한 가장 큰 위기…사회주의 애국청년의 순결성을 모욕하고 오염시키려는 자본주의 마수와의 대결에서 승리하자.’

북한에서 ‘장마당 세대’로 불리는 20-30대 청년들은 1980년대말 이후에 출생해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을 온몸으로 겪으며 성장했다. 제대로 된 배급 대신에 장마당에 의존해 식량과 경제문제를 해결한 세대다. 따라서 장마당 세대는 이전 세대에 비해 개인주의적 성향이 두드러지고 체제 수호보다는 돈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장마당 세대는 북한의 경제체제가 무너지고 모든 공장들이 문을 닫은 상태에서 성장했다. 김정일과 김정은의 배급이 아니라, 부모들과 자신들이 ‘장마당’으로 불리는 북한식 시장을 통해 생존했다. 국가가 선물이라고 나눠주는 교복, 김일성·김정일의 생일선물조차도 부모들에게서 돈과 재료들을 각출해서 만들어 준 것을 안다. 김정은의 ‘선물’들은 장마당에서 판매하는 중국산 상품에 비해 품질도 조악해 감동 대신에 불평의 산물이 됐다.

장마당 세대는 노동당 입당보다는 장마당을 더 좋아한다. 그래서 북한에서는 노동당 위에 장마당이 있다고 한다. 장마당 세대 군인들은 김정은과 북한의 사회주의 체제 수호에 대한 의지가 약해져 있다. 북한은 이를 경계하며 꾸준히 사상 단속을 강화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인간의 생존본능을 사상교양과 압제를 통해 거세하려는 김정은의 전략이 성공할 것인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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