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이 작년 9월부터 올해 8월까지 산업부와 합동으로 전력산업기반기금사업 운영실태 합동점검을 벌였다. 그 결과 총 2267건(2616억 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 위법·부적정 대출이 총 1406건(1847억 원), 보조금 위법·부당 집행이 총 845건(583억 원), 입찰 담합 등 위법·특혜 총 16건(186억 원)으로 드러났다.

특히 태양광 설치 지원 대출사업은 점검대상 사업의 17%, 즉 총 6509건 중 1129건이 부실로 확인됐다. 시공업체와 발전사업자가 짜고 허위 세금계산서 등으로 공사비를 부풀려 불법 대출을 받았다. 농지에 가짜 버섯재배시설이나 곤충사육시설을 지은 뒤, 그 위에 태양광시설을 짓고 대출금을 받기도 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기상천외한 위법·부당한 기금 빼먹기 수법이 전국 226개 지자체 중 12개 지자체가 집행한, 사업비 약 2조 1000억 원의 표본조사에서 드러났다는 사실이다. 전수조사도 아니었고, 사업의 효과성·적실성 조사도 아니었다는 얘기다.

전력산업기반기금은 전기요금의 3.7%(부담금)를 따로 떼어 적립한다. 징수는 한국전력이, 운용은 산업부가, 사업 기획·관리·평가 업무는 한국에너지공단·전력기금사업단·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등 7개 전담기관이 수행한다. 최근 5년간 7개 기관의 예산 총액은 약 12조 원인데, 올해만 2조 7000억 원이다.

사실, 기금 운용의 요지경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었다. 무리한 탈원전 정책이 무리한 태양광·풍력 육성 정책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전수조사와 심층·현장조사를 통해 이 거대한 복마전을 낱낱이 파헤쳐야 한다. 점검 결과를 지자체별로도 비교하고, 7개 전담기관별로도 비교해야 한다. 부실이 심한 지자체에는 특별감사를, 부실이 심한 기관에는 예산 축소 혹은 사업권 박탈 등의 징벌을 내려야 한다.

나아가 노후화와 에너지저장시스템(ESS) 비용까지 감안한 태양광 사업의 실제 효율(가성비), 전후방 산업발전에 대한 기여, 환경 파괴에 따른 영향 등 정책·사업의 다른 측면도 따져 물어야 한다. 이는 이번 합동점검의 주된 관심사인 ‘부패’ 문제는 아니지만, 부패 문제보다 더 중요한 국가정책과 관련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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