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상모
연상모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9월 15일 우즈베키스탄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서 양자회담을 가졌다. 이 회담이 관심을 끄는 이유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있는 상황에서 러·중이 더욱 밀착하는지 여부에 있다.

정상회담에서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위기에 대한 중국의 균형 잡힌 입장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굳게 고수하며, 대만 문제와 관련한 미국과 그 위성국가들의 도발을 규탄한다"고 역설했다. 이에 대해 시 주석은 "역사상 유례없는 변화에 직면해 우리는 러시아 동지들과 함께 책임감 있는 세계 강대국의 모범을 보여주고, 빠르게 변화하는 세계를 지속가능하고 긍정적인 발전의 궤도로 이끄는 선도적 역할을 할 준비가 되어 있다"며 협력을 다짐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양측이 서로 배려하는 모습이다. 푸틴은 중국의 ‘하나의 중국’ 정책을 지지했고, 시진핑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입장에 동조하는 듯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중국은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해 거리를 두려는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은 회담에서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거론하는 것을 피했고, 양국은 회담 후 별도의 공동성명을 내지 않았다. 시 주석이 에둘러 전쟁 확대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그리고 중국 외교부장은 9월 23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위기가 확대되고 장기화하는 것은 모든 당사자의 이익이 아니다. 빨리 전쟁이 진정되고 평화회담이 재개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초기에 중국은 대체적으로 러시아 입장을 두둔하는 태도를 보여왔다. 하지만 최근 중국은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러시아로부터 거리를 두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향후 중·러 관계는 어느 방향으로 갈 것인가? 결론적으로, 양국은 외부적으로는 미국에 공동 대응하기 위해 협력하는 모습을 보이겠지만,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관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기본적으로 중국과 러시아는 이웃한 강대국이다. 지정학적으로, 의심을 갖고 상대방을 바라보고 있다.

양국은 덩치가 크고 자존심이 강해서 누구도 누구의 동생(junior partner)이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쉽사리 손잡을 운명이 아니다. 1949년 공산당 정권을 수립한 마오쩌둥은 쇠락한 중국을 다시 일으키기 위해 대소련 일변도 정책을 취했다. 하지만 양국관계는 소련과의 불화로 곧 파탄에 이르렀다.

긴 영토를 공유하고 있는 양국은 서로를 경계하고 있다. 중국의 주장에 의하면, 1842년 아편전쟁 이후 러시아는 중국 영토를 가장 많이 빼앗아간 서방 열강이다. 60여 년 동안 대략 150만㎢의 중국 영토를 합법적으로 러시아 영토로 만들었다. 예를 들어, 러시아는 1860년 블라디보스토크를 포함한 연해주 56만㎢의 영토(한반도의 약 3배)를 가져갔다. 지금도 중국은 마음속에서 러시아에 뺏긴 영토를 가져오려 하고 있다.

냉전 종식 이후 초강대국이 된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 중국과 러시아는 필요에 따라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현재 신냉전을 맞이해 미국 대 중·러의 대결구도가 형성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우크라이나사태에서 보듯 중·러는 각자 자신의 국가이익에 부합하는 한계 내에서 협력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다. 그 이상의 긴밀한 협력은 이루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유럽국가들은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 러시아에 강경 대응하고 있다. 중국이 러시아를 지원하거나 대러시아 경제제재를 위반할 경우, 미국의 강력한 견제를 당할 것이고 유럽국가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할 것이다. 그러한 상황을 중국은 두려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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