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광주
손광주

지금 대한민국은 안녕한가? 세계 안보 지형은 엄청난 폭과 속도로 변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일당독재에서 일인독재로 진입한 중국만 해도 엄청난 변화다. 냉전 시기 미국은 주로 러시아와 중동 반미국가들만 상대하면 됐었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중국·러시아·이란 등을 동시에 상대해야 한다. 2차 대전과 이어진 6·25전쟁 후 미국이 처음 맞닥뜨린 안보 상황이다. 여기에 김정은의 북한이 핵·미사일로 미국에 본격적으로 대들기 시작했다.

18일 발사한 북한의 ICBM은 미국 본토 전역을 다탄두로 공격할 수 있는 시간을 더 당겨놓았다. 북한의 ICBM 기술을 아직은 낮게 보던 미국도 예민한 반응을 시작했다. 미국이 반응해야 김정은이 성공하는 것이다. 김정은은 ICBM 발사장에 처음 보는 딸까지 데리고 나왔다. 이날 발사에 성공하자 김여정은 감격의 울음을 터뜨렸다. 김여정의 그 표정에서 ‘있는 그대로’의 현 한반도 안보 상황을 정확히 읽어낼 대한민국 국민이 과연 얼마나 될까.

북한식으로 표현하면, 지금 세계의 열점(熱點) 지대는 우크라이나-중동-대만(남중국해)-한반도다. 우크라이나는 열전(hot war) 중이다. 대만·한반도는 열전 중인가? 아니다. 그렇다면 냉전(cold war) 중인가? 답을 내놓기 쉽지 않다. ‘학술적으로는 냉전 중’이라는 답은 필요없는 답이다. ‘냉전 상태’가 아니라면 ‘다가오는 열전 예비단계’인가? ‘예비단계’라면 열전으로 갈 가능성이 확실한가? 2차 대전 후 동서 냉전은 미국의 외교전략가 조지 캐넌이 입안한 ‘냉전 전략’이었다. 미국은 이 전략으로 소련을 무너뜨렸다. 만약 현 한반도 상황이 ‘열전으로 가는 예비단계’가 확실하다면, 우리는 분명한 ‘전략’을 갖고 능동적으로 움직이고 있는가, 아니면 북한의 각종 핵·미사일 도발에 피동적으로 대응하는 상황인가? 이도저도 아니라면, 능동과 피동 사이 ‘개와 늑대의 시간’ 그 어렴풋한 어디쯤에 위치해 있는가? 현 단계에서 우리는 한반도 상황을 ‘객관적’으로, ‘각성된 상태’에서 인지해야 한다. 능동인가, 피동인가의 차이가 최종 단계에 가면 사느냐, 죽느냐로 갈라지기 때문이다.

향후 동아시아 안보 상황은 대만해협보다 한반도 서해가 더 위험하게 보인다. 시진핑이 무력으로 대만을 집어먹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중국의 해·공군력이 도저히 미국의 상대가 되기 어렵다. 시진핑의 당면 목표도 ‘대만 독립’을 방지하는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한반도 상황은 그렇지 않다. 지금 한반도는 사실상 ‘열전 중’으로 인식해야 한다. 사이버전은 이미 열전 상태다. 탱크 몰고 들어오는 재래식 전쟁은 없다. 하이브리드전(戰), 복잡계 전쟁이다. 북한은 1990년 걸프전 때부터 전자전(電子戰)을 준비했다. 지금은 해킹 한번에 6억2000만 달러(8300억 원) 암호화폐를 탈취하는 단계다.

북한이 원하는 전쟁 구도는 크게 3가지 영역(category)이다. 첫째, ICBM 등 핵·미사일체계 최종 완성으로 미국과 평화협정 담판을 시작한다. 둘째, 남한 내 다수의 ‘평화세력’을 만들어낸다. 셋째, 서해를 국제 분쟁수역화하여 인천공항을 마비시키고 한반도 서쪽 영해·영공을 국제사회와 분리한다(황장엽 생전 증언). 중국은 서해를 내해(內海)로 간주한다. 국제분쟁수역으로 가게 될 확률이 높아진다.

이러한 상황이 되면 한국사회는 둘로 갈라진다. 한쪽은 "평화협상을 하라"고 요구할 것이다. 한쪽은 "가짜 평화협상은 망하는 길"이라고 주장한다. "미·중을 배제하고 우리민족끼리 협상하자"는 ‘위장 중도파’도 나올 것이다. 누구 말이 진실인가. ‘가짜 평화협상은 100% 망하는 길’이 진실이다. 그런데, 작금의 우리 정치현실이 ‘진실’ 편에 국민 대다수가 서도록 할 수 있을까. 지금 윤석열 정부가 할 일은 전세계를 향해 ‘한반도 전체의 자유와 인권’을 내걸고, 그 대의명분을 세계화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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