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식
김정식

지난해 말, 대학교수들이 선정한 ‘올해의 사자성어’는 ‘묘서동처(猫鼠同處)’였다. 이는 쥐와 고양이가 함께 있다는 것으로, ‘도둑을 잡아야 할 사람이 도둑과 한 패거리가 됐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지난 4년의 결정판과도 같았던 2021년, 특히 얼마 뒤 치러지는 대선을 앞두고 대한민국에서 쏟아져 나오는 정치·사회적 문제들을 곱씹어보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게 된다.

코로나19 백신이 공급되며 희망을 품었지만, 이어지는 백신 관련 사고로 인해 안정성에 대한 불안감과 의혹이 증폭되었다. 뿐만 아니라 ‘정치방역’ 문제 등 코로나에 대한 정부의 미흡한 대응에 기본적인 ‘신뢰’ 자체가 흔들리며 자영업자, 일반 소시민들의 삶은 붕괴되다시피 했다.

그럼에도 정치권은 민생보다는 코앞에 닥친 선거에만 몰두해 국민의 혈세로 국민에게 푼 돈 쥐어주듯 하며 이 문제들을 외면했다. 그러는 와중에 전국의 부동산 값은 연일 폭등행진을 이어갔고, 대통령 후보와 얽힌 수천억 원대 토지개발 의혹은 전 국민을 아연실색하게 만들었다. 국민 갈등을 조장하며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는 정치세력에 의해, 남녀·세대·지역·직업 등 모든 분야에 걸쳐 대립과 갈등이 만연한 사회가 되었으며, 민초들이 정치 권력자들의 대리전(代理戰)에 휘말려 화합하지 못했다.

‘묘서동처(猫鼠同處)’ 속 쥐와 고양이는, 일반 국민들과는 동떨어져 음이든 양이든 대한민국에서 ‘나름의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자’들 간의 결탁과 비리를 목도한 우리사회 지식인들의 우려와 한탄일 것이다.

반면,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전국 500개 중소기업 대표자를 대상으로 ‘사자성어로 풀어 본 중소기업 경영환경 전망조사’를 실시한 결과, 중소기업인들은 2022년 경영환경과 의지를 전망하는 사자성어로 ‘중력이산(衆力移山)’을 선정했다고 한다. ‘많은 사람이 힘을 합하면 산도 옮길 수 있다’는 뜻으로, 급격한 변화와 위기 속에서도 임직원들이 합심해 새로운 기회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 국민은…’으로 시작하는 다분히 과거지향·전체주의적인 말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지만, 우리 국민은 닥쳐온 어려움 앞에서 ‘일치단결’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왔다. 이승만의 건국과정과 자유를 지켜낸 6·25전쟁이 그러했고, 박정희의 새마을정책, 산업화 과정이 그러했다.

무조건적인 한 쪽의 득세를 바라기 보다는 진정으로 국민을 통합과 화합의 길로 이끌어내는 훌륭한 지도자가 선출되어 국민이 행복한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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