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근
박석근

한국사회의 전통적인 진보·개혁 담론은 크게 민족화해와 공정경쟁 체제의 강화를 다룬다. 그러나 오늘날 이와 같은 전통적 진보·개혁 담론은 사라진 지 오래다. 담론이 사라진 그 자리는 종북좌파, 반미의 기호가 곰팡이처럼 자라고 있다. 그리하여 한국사회의 공론장(公論場)은 오래 전에 사라졌고 자유민주주의의는 위기에 처했다.

종북좌파는 ‘자유민주주의’ 대신 ‘민주주의’를 선호한다. 어째서 그토록 기를 쓰고 ‘자유’를 삭제하고자 할까. 그건 민주주의 앞에 ‘사회’를 넣을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기 위해서이다. 남한사람들로 하여금 사회주의와 공산주의에 대한 거부감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이다. 그들에게 자유란 기득권층의 전유물과 같은 것으로 타도의 대상이다. 자유를 신봉하는 보수정당의 뿌리가 친일과 군사정권이라는 프레임을 집요하게 만들어 자유의 전복을 꾀한다. 오늘날 경제위기를 기득권자들의 탐욕이 빚은 결과라고 한다. 아무리 우물 안 개구리라 할지라도 이런 요령부득한 논리와 시선이 어떻게 가능한지 의아스러울 따름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종북좌파 사회주의식 사고로 생각하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오늘날 경제위기가 코로나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이 아니라 기득권자들의 탐욕이라는 주장도 이해가 된다. 최근 화물연대 파업사태와 관련하여 민주노총의 한미동맹 파기, 국가보안법 폐기 등 노동운동과 전혀 상관없는 주장을 하는 점도 이해가 된다. 민주노총의 홈페이지에 북한 노동당의 직장총연맹이 보낸 "보수 친미 세력과 남북관계 대결을 획책하는 세력에 철추를 내리치고" "미국과 남조선 집권세력은 하늘과 땅 바다에서 침략 전쟁연습을 광란적으로 벌려놓아 온 겨레의 치솟는 분노를 자아내는 반통일 세력의 대결망을 단호히 짓뭉개 버려야 한다"는 내용의 글을 게시한 점도 이해가 된다.

만약 그들의 주장대로 주한미군이 철수하고 한미동맹이 파기되면 어떻게 될까. 외국자본은 썰물처럼 빠져나가 일자리는 사라지고 결국 대한민국은 망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정녕 그들이 바라는 바일까. 아마도 그럴 것이다. 과거 통진당 이석기 전 의원의 국가 기간산업과 핵심 시설을 파괴하려는 계획이 수사당국에 적발되었던 사건이 떠오른다. 현재 민노총 지도부는 이석기 전 의원과 같은 뿌리의 경기동부연합 출신들이다.

최근 인천시에서 일어난 일이다. 인천시는 매년 개최하던 인천상륙작전 기념행사를 시민안보축제로 확대하고 국제행사로 격상하려는 계획안을 발표했다. 그러자 민주노총 인천본부 등 인천지역 45개 시민사회단체는 성명을 내며 시위에 나섰다. 그런데 성명서 내용이 해괴하다. "인천상륙작전 행사는 인천을 전쟁과 분단의 상징도시로 만들 뿐 인천의 세계적 이미지 제고와 발전에 실익이 없고" "인천상륙작전으로 인천시가지 주요 시설들이 파괴되고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했으며, 주민들은 쫓겨나 실향민이 되었거나 여전히 돌아가지 못 한 채 아픔을 안고 살고 있고" "인천시의 상륙작전 기념행사는 평화도시를 위한 인천시민들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것일 뿐이다." 덧붙여 이들 단체는 인천시민들은 전쟁과 불안 대신 평화와 안전의 도시가 되기를 간절히 원하므로 예산 전액을 삭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천상륙작전은 1950년 9월 15일, 더글러스 맥아더의 지휘 아래 조선인민군이 점령하고 있던 인천에서 유엔군과 대한민국 국군이 펼친 상륙작전으로 제2차 세계대전의 스탈린그라드 전투, 미드웨이 해전과 같은 비중을 차지한다. 국군은 조선인민군에게 연패하며 경상도까지 밀려 내려오다가 결국 한반도의 허리 부분을 장악한 이 작전의 성공으로 전황은 마침내 뒤바뀌었다. 북한에서 인천상륙작전은 전혀 언급되지 않는다. 인천시는 민주노총과 시민단체의 주장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 종북좌파는 기호가 아니라 국가전복 목적을 가진 실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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