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인년이 시작되었다. 올해는 제2연평해전 20주기인 해이다. 감회가 남다를 뿐 아니라 강산이 두 번이나 변한 이런 날이 오리라고 상상하기도 힘들었다. 수많은 일이 있었지만 다 기억이 안 날 정도로 슬픔도, 기쁨도 무뎌졌다. 가신 임들의 기억도 희미해지면서 살아남은 자들만의 추억으로 얘기꽃을 피우고 있다.

2019년 6월 29일 17주년 행사 후 연평해전에 참전했던 용사들에게 사진 선물을 했다. 돌이켜보면 남는 건 사진 뿐이기에 사진작가를 모시고 참수리 357호로 갔다. 한껏 자세를 취한 대원들을 보면서 더 일찍 해주었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서해상 휴전선이라 불리는 NLL을 우리 쪽에서 먼저 침범했다고, 함포와 총을 먼저 쏘았다는 등 말도 안 되는 음모론에 시달려 움츠려 지내야만 했다.

2008년에 잘못된 기록을 바로잡으면서 연평해전은 승리한 해전으로 다시 기록되었다. 전쟁을 치르고 온 장병들에게 돌아온 건 참수리 357호 함정을 청소하는 것이었다. 참으로 잔인하고 혹독한 시간이었다.

연평해전은 50여 년간 이어진 남북긴장 속 햇볕정책이 한참일 때 일어난 해전이다. 한국은 아직 정전상태. 언제라도 다시 전쟁이 일어날 수 있는데 어디에도 남겨져 있지 않은 참전기록들. 2016년에야 겨우 군 경력 증명서에 들어갈 수 있었다.

왜 우리는 이렇게밖에 할 수 없을까? 승리한 해전이라 말뿐인 정부에게 묻고 싶다. "해전을 치른 훌륭한 참전용사들이다" 치켜세워주면서 왜 참전 수당은 안 줄까? 왜 훈장을 주지 않는지. 그걸 가지고 국민이 뭐라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전쟁을 치르고 살아 돌아온 자들에게 우리는 너무나 혹독한 게 아닌지.

우리국민이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합당한 대우를 받는 새해가 되길 소망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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