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규형
강규형

저번 회에선 송년 음악회에 베토벤의 불멸 교향곡 9번 <합창>이 주로 연주된다고 썼었다. 신년 음악회에서도 드물게 9번이 연주되는 경우도 있다. 근대지향의 인간이었던 그는 새로운 시대를 갈망하는 그의 열정(광명)을 작품 속에 녹아 넣었었다.

오페라 극장에선 한해 마지막 공연으로 요한 슈트라우스(Strauss) 2세의 <박쥐>를 공연하는 경우가 <합창>만큼은 아니지만, 세계적으로 꽤 있다. 연말연시라는 상황설정에서 벌어지는 지독히도 재밌는 오페레타(경가극·輕歌劇이라고 번역된다. 가볍고 즐겁고 짧은 오페라의 형식. 나중에 뮤지컬로 발전된다)라 한해의 시름을 웃으며 날려 보내라는 뜻이 담겨있다.

극 중에 노래를 부르지 않는 코믹한 역할인 간수(교도소 교도관) ‘프로쉬’역에는 인기 있는 코미디언 또는 희극배우가 기용된다. 필자가 어렸을 때는 당대 최고의 코미디언 ‘후라이보이’곽규석도 이 역을 맡았으며, 연전에는 인기 절정의 김병만이 ‘프로쉬’로 분해서 큰 웃음을 선사했었다.

반면 연초에 열리는 신년음악회로서 제일 유명한 것은 빈(Wien 비엔나)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흥겨운 왈츠 등을 들으며 한 해를 시작하는 <신년 음악회>이다. 이 음악회는 세계적인 명물이 된 지 오래다. 요제프 슈트라우스, 에두아르트 슈트라우스를 포함한 슈트라우스 가문의 곡들이 주로 연주되는데, 이 음악회의 마지막 곡은 왈츠곡의 황제라 불리는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왈츠의 황제라 숭상되는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작품, 집안의 장남)이 연주되고, 앙코르곡으로는 이 집안의 아버지이자 "왈츠의 아버지"란 칭호를 갖는 요한 슈트라우스 1세의 흥겨운 "라데츠키 행진곡"이 피날레를 장식한다. 이때 관객들은 박수를 치면서 연주에 참가할 수 있는 특전을 누린다. 이렇게 세계의 새해는 즐겁게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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