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희
김인희

최근 선거관리위원회 간부 자녀들의 특혜채용 논란이 시끄럽다. 선관위의 실질적 1,2인자인 박찬진 사무총장·송봉섭 사무차장의 자녀들이 경력직으로 선거관리위원회에 채용됐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특혜’와 ‘직권남용’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데, 이들이 아무런 징계없이 면직처리된다는 것에 국민적 공분이 하늘을 찌른다.

더구나 이 채용은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기치를 내세운 문재인 정부에서 벌어진 일이다. 특히 송 사무차장의 자녀는 애초 2018년 채용계획 단계부터 사실상 ‘내정자’였다는 정황까지 드러났다.

공공기관이 아닌 사기업에서도 이 정도로 특혜채용을 하면 특혜를 받은 당사자는 곧바로 ‘낙하산’ 딱지가 붙고 회사 내에서 구설수의 대상이 된다. 그런데 공공기관인 선관위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도 5년 가까이 드러나지 않았다. 이는 선관위가 독립된 헌법기관으로서 외부의 모든 영향력을 거부할 수 있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정부 모든 행정부처를 언제든 감사할 수 있는 감사원조차도 선관위는 감사할 수 없다.

감사원은 감사원법 24조 3항을 들어 "직무감찰의 제외 대상엔 국회와 법원, 헌법재판소 소속 공무원만 해당한다"며 선관위 역시 감사원의 직무감찰 대상이라고 주장하지만, 선관위는 감사원법보다 상위 법률인 헌법에 의해 설치된 기구이기 때문에 감사원의 감찰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 선관위의 주장이다. 실제로 지금까지 선관위에 대해 감사원의 감찰이 이뤄진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선관위는 법제처 출신인 한원도 전 사무총장이 1988년 사임한 이후 35년째 15명의 사무총장을 내부 승진으로 임명해 왔다. ‘오늘의 상사’가 ‘내일의 상사’가 될 것이 뻔하니 내부의 비리가 있어도 고발이 쉽지 않은 구조다. 그런 비리를 고발하기는커녕 오히려 비리에 편승해 선관위 5급 중간관리자들도 자녀들을 특혜채용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물론 선관위의 독립성은 민주주의의 근간인 선거의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독립성을 유지하기 위해 외부의 감사까지도 거부하는 것은 사실상 ‘치외법권’을 누리겠다는 뜻이다. 대통령도 국회의 탄핵소추안과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의해 강제로 물러나게 할 수 있는 국가에서, 그 누구의 감시도 받지 않는 기관이 있다면 그 기관은 부정부패에 빠지게 될 수밖에 없다. 선관위 간부 자녀들의 특혜채용은 그런 부정부패의 일각일 뿐이다.

아직까지도 명확히 해명되지 않은 지난 대선에서의 ‘소쿠리 투표’와 지난 총선에서의 투표용지 유출 사건 등은 선관위가 분명히 책임져야 할 부분이다. 하지만 선관위는 감사원의 직무감찰을 대놓고 거부하며 자체 조사만으로 사건을 종결해 버렸다. 그 과정에서 책임 소재가 명확히 밝혀진 부분은 단 하나도 없다. 선관위는 감사원의 자료 요구를 거부하며 "현행 감사원법에 선관위가 직무감찰 제외 대상에서 빠진 건 입법 미비 때문"이란 입장을 내놨다. 애초 감사원법에 당연히 선관위를 제외대상으로 넣었어야 했다는 뜻이다.

분명히 사고가 일어났고 책임도 있지만 책임지는 사람은 없는 기관을 어떻게 공공기관이라 부를 수 있겠는가. 이런 특권과 특혜를 오롯히 누리는 선관위를 그대로 방치하는 것은 민주주의 국가에 어울리지 않는다. 선관위도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인 이상 반드시 외부의 감사를 받아야만 부정부패를 막을 수 있다.

기존의 감사원법으로 선관위를 감사할 수 없다면 남은 방법은 단 하나다. 선관위 감사에 대한 법률을 새롭게 만들어 선관위를 직무감찰할 수 있는 기구를 운영하면 된다. 감찰의 공정성이 우려된다면 감사위원으로 여당 측 추천, 야당 측 추천, 대통령 추천, 대법원장 추천 인원을 두루 임명하도록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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