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규
손태규

테헤란을 보면 평양이 보인다. 이란 핵을 살피면 북핵의 운명을 가늠할 수 있다. 이란은 핵을 빌미로 미국을 마음대로 주무르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이란과의 핵 협정 복귀에 매달리는 탓. 협정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바이든 부통령이 이란과 비밀협상을 벌여 중국 등 5개국이 서명한 비핵화 방안. 이란은 3년의 협상 동안 끊임없이 오바마의 양보를 얻어냈다. 그러면서 불법 핵 활동은 계속하는 노회한 협상술을 부렸다. 오바마는 핵 폐기에 대한 확실한 담보없이 이란에 2조원을 주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핵을 용인하면서도 막대한 비밀 자금을 이란에 준 최악의 협정"이라며 탈퇴했다.

바이든은 취임하자마자 협정 복귀를 선언했다. 오바마의 숙원 협정을 트럼프가 뒤집었으니 ‘오바이덴(Obiden)’으로 불리는 그로서는 당연할 일. 그러나 이란은 냉담했다. 800개의 트럼프 제재로 곧 무너질 형편이나 배짱을 부렸다. 협상 전 완전해제와 1250조원의 배상을 요구했다. 겨우 오스트리아 빈에서 협상이 시작됐으나 세계 외교사에 남을 희한한 회담이다. 이란은 미국 대표단을 마주 대하기를 거부했다. 영국 등의 대표들이 양쪽을 오가며 의사를 전하는 중계 회담이다. 이란은 회담도 일방으로 수시 중단한다. 많은 양보를 하는 것으로 알려진 미국의 굴욕이다. 지난 1년 동안 어떤 성과도 없다.

이란은 시리아의 미군기지를 드론 공격했을 때 어떤 반격도 없자 미국의 허약함을 단박에 알아차렸다. 이란은 중국의 든든한 지원도 받고 있어 느긋해 보인다. 두 나라는 25년간의 전략경제협정을 체결했다. 중국은 500조원을 지원키로 했다. 지난해 1월 이후 중국의 이란 석유 수입이 크게 늘고 있다. 협상 전부터 미국이 제재를 풀었다는 증거. 중국이 주는 석유 값은 이란경제에 생명줄이다.

가장 민감한 나라는 이스라엘. 이란 핵무기의 주공격 목표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미국의 이란특사 로버트 말리는 "미국과 동맹국들은 핵무기를 가진 이란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란에 대한 항복으로 간주된다. 이스라엘의 충격은 크다. 미국은 핵무기를 없애려는 의지는 없이 오로지 협정 서명만을 원하고 있음을 확실히 알았다. 한 언론인은 "미국은 줏대도 결단력도 없다"고 비판했다.

바이든은 이란 문제가 해결돼야 북한을 다룰 것이다. 바이든의 해법은 트럼프와 많이 다르다고 봐야 한다. 이란에 극도의 양보를 하면서 북한에는 강수를? 상정하기 어렵다. 이란 핵무기를 사실상 용인하면서도 제재해제, 경제지원을 하는 마당에 북한에게 핵무기를 없애라고 몰아붙이기 어렵다. 북한은 이란과 비슷한 협상술로 미국을 상대하며 실익은 챙기고 핵무기를 완성시켰다. 그런 버릇을 버릴 리 없다.

북한은 이란에게 핵기술과 무기를 수출할 정도로 아주 가깝다. 이란을 따라 미국에 배상 요구를 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4년 규제로 큰 피해를 보았다고 떼를 쓸 것이다. 북한도 바이든의 허약한 실체를 파악하고 있을 것이다. 계속 미사일을 쏘는 것도 몸값을 불리려는 것. 중국 눈치를 보는 바이든은 한국 사정은 염두에 두지 않을 것이다. 이란 제재해제를 명분삼아 대북 제재도 완화할 것이다. 벌써 바이든에게 압력을 넣는 외곽세력이 나서고 있다. ‘미국평화위원회’ 등 46개 공산주의·좌파 단체는 바이든에게 서한을 보내 북한과 이란 등에 대한 경제제재 해제를 촉구했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 카불에 이어 우크라이나 키예프와 빈에서 굴욕을 겪고 있다. "뼈 없는 굴욕 외교"가 평양에서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 이란 특사처럼 북한 특사가 "한국도 북한 핵에 익숙해져야만 한다."고 말할지 모른다. 테헤란을 잘 지켜봐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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