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규
손태규

과연 미국은 우크라이나를 구할 것인가? 갈수록 의문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앞뒤가 다르기 때문. 겉으로 러시아를 비난·제재하나 속으론 러시아와 비밀거래를 하고 있다. 전쟁을 끝내기 위해 우크라이나를 지원한다면서 내정을 위해 전쟁을 계속 끌어가려 한다. 의도한 전략인지 그저 갈팡질팡 인지 헷갈린다. 전쟁이 쉽게 끝날 것 같지 않다.

바이든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대통령을 ‘전쟁 범죄자,’ ‘살인 독재자’로 불렀다. 우크라이나에 8억 달러 무기 등 140억 달러 지원도 발표했다. 우크라이나 구출에 강한 의지를 가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러시아 외무장관은 15일 바이든을 단번에 무색케 했다. 미국의 이란특사로부터 ‘보장문서’를 받았다고 밝힌 것. 이란 핵협정을 위해 러시아와의 관계를 끊을 수 없는 미국의 약점을 이용한 고도의 외교전술이다. 바이든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유산인 핵협정 복귀에 사활을 걸고 있다. 러시아 없이 이란을 달랠 수 없다.

러시아는 이란 핵협상의 중개인이다. 바이든이 푸틴에게 사정했기 때문. 러시아는 "서방 제재가 러시아와 이란의 거래에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약속을 하라"며 협상을 중단했다. 러시아는 미국·유럽의 2차 제재를 예상한다. 그래서 제재와 상관없으며 추가 제재도 피할 수 있는 금융교두보와 자금원을 미리 이란에 마련하려 한다. 바이든이 세계경제로부터 러시아를 고립시키겠다는 의지가 확고했다면 요구 거부가 마땅했다. 그러나 바이든은 ‘보장문서’까지 써 주었다. 전쟁 재앙보다 이란 달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신호다.

러시아·중국이 주도하는 이란 제재 해제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지더라도 푸틴 정권의 생존 발판이 된다. 핵협정이 완성되면 미국은 더 이상 이란 금융기관을 제재할 수 없다. 이란은 서방의 제재를 피하는 러시아의 "도피 오아시스"가 된다. 러시아는 이란의 2개 원전과 발전소 공사를 계속할 수 있다. 100억 달러 공사. 무기 수출도 러시아 경제의 손실을 메꿀 수입원이 된다. 이란의 농축 우라늄 보관료도 받는다.

바이든이 러시아와 싸우는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면서 러시아에게 경제혜택을 주는 것은 모순이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싸우도록 하나 이기도록 할 수는 없다는 것이 미국의 전략으로 보인다. 이스라엘 안보전문가들은 "바이든이 우크라이나 지원에 총력을 다 하겠다는 것은 뻔뻔한 거짓이다. 이란을 위해 이스라엘과 아랍 동맹국들을 버리고 있다. 이란을 달래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국민들도 배반할 것"이라며 바이든의 이중성을 비판했다.

바이든은 러시아·독일 간 가스수송관 ‘노드스트림2’의 규제를 없애 푸틴 침공을 도왔다. 세계 좌파의 숙원인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녹색자원 정책을 위해서다. 바이든 정부는 그 정책을 가속화하기 위해 전쟁을 명분으로 삼는다. 자원 장관은 "우크라이나 전쟁은 녹색에너지로 전환하는 절호의 기회"라고 했다. 전쟁이 계속되는 한 석유 값이 올라가며 결국 자연에너지를 더 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석유 값 인상에 따른 국민 부담은 아랑곳없다. 좌파 목표를 위해 국민을 희생한다. 남의 나라 전쟁도 활용하는 것이다.

바이든 정부는 40년 만의 최고 인플레이션 등 경제실패를 푸틴 침공 탓으로 돌린다. 패배 가능성이 큰 11월 중간선거를 위해 전쟁을 활용하려 한다. 전쟁은 실정 책임을 피하는 좋은 희생양. 전쟁위기가 확산될수록 국민심리는 집권당을 더 지지한다. 바이든 등은 선거 때까지 전쟁이 이어져야 유리하다고 판단한다는 것. 좌파언론들은 "드디어 미국이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키는 세계 지도자의 모습을 보인다"며 전쟁 분위기를 띄운다.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하루라도 빨리 전쟁이 끝나기를 간절히 바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속셈은 다르다. 우크라이나의 참상은 눈 밖이다. 그들의 처지가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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