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회
김성회

원교근공(遠交近攻) 정책은 2천년을 넘는 국제정치 책략이다. 36계를 다룬 병법서에도 원교근공이라는 책략이 있다. 한마디로 "먼 나라와 사귀고, 가까운 나라를 공격한다"는 이론으로 전국시대 범저(범수)가 진나라 소양왕에게 건의한 책략이었다.

범저는 위나라의 책사였다. 그는 제나라와 내통한다는 모함을 받고 진나라로 도망쳤다. 당시 진나라는 가까운 나라와 친하고, 먼 나라를 공격한다는 ‘근교원공’ 정책을 취하고 있었다. 이때 진나라 소양왕은 사이가 안 좋은 제나라를 공격하고자 했다. 이에 범저는 소양왕에게 진언하였다.

"전하, 멀리 떨어져 있는 제나라를 공격하는 것은 좋은 계책이 아니옵니다. 적은 군대로 강국인 제나라를 친다면 꿈쩍도 하지 않을 것입니다. 더구나 두 나라 사이에 있는 한나라와 위나라가 길을 열어 줄지도 의문입니다. 설령 전쟁에서 이긴다 한들 그 땅을 진나라 영토에 편입시킬 방도가 없습니다."

이에 소양왕이 범저에게 물었다. "그럼 어찌해야 하오?"

이에 범저가 답했다. "먼 나라와 친교를 맺고 가까운 나라를 공략하는 ‘원교근공(遠交近攻)’ 전략이 상책입니다. 멀리 있는 제나라, 초나라와 좋은 관계를 맺은 뒤 가까운 한나라, 위나라를 치는 것이 순서이옵니다."

이에 소양왕은 범저의 말에 따라 ‘먼 나라와 손잡고 가까운 나라를 치는 ’원교근공’의 정책으로 전환했다. 그리고 원교근공의 대외정책은 진나라의 천하통일을 이끈 주요정책이 되었다.

# 지금 북경에서는 동계올림픽이 열리고 있다. 개막식에서부터 우리의 고유의상인 한복을 중국내 소수민족의 의상으로 간주했던 ‘오성홍기’ 계양 영상이 논란을 일으키더니, 급기야 쇼트트랙 경기에서 부정판정 시비가 거세게 일고 있다.

(중국 선수보다 앞서서 결승선에 통과한 한국 선수 2명을 실격처리하고, 3위로 들어온 중국선수에게 금메달을 안겨준 것이다.) 이에 분개한 네티즌이 중국선수의 반칙 영상을 공유하며, 중국 측의 비신사적 행위를 규탄하고 나섰다. 중국이 올림픽 정신을 훼손하고, 중화패권주의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는 것이다.

중국이 주변 국가를 향해 패권주의를 드러낸 것은 스포츠 경기만이 아니다. 역사에서 동북공정, 서남공정 등 현 중국 영토 내의 역사는 중국의 역사라며, 주변국에 대한 역사침탈을 공공연히 자행하고 있다.

따라서 대 중국정책을 어떻게 펼쳐야 할 것인가에 대한 것이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대선후보 TV토론에서도 "대통령이 된 후 제일 먼저 만날 정상회담 상대"를 고르는 문항이 나왔다.

이에 대해 민주당의 이재명 후보는 즉답을 피한 채, "중국은 우리나라의 가장 큰 시장이고, 한 해 무역흑자만도 25억달러가 된다"며 ‘중국 중시’ 입장을 피력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의 윤석열 후보는 "한미동맹을 굳건히 해야 한다"며, "미국=>일본=>중국=>북한의 정상과 만나겠다"고 밝혔다.

역사공정 등 중국의 문화침탈과 패권주의에 대한 우려가 큰 지금, 북경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에서 편파적인 판정과 부정시비기 끊이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대한민국의 바람직한 대외정책이 무엇인가를 생각지 않을 수 없다.

2300년 전, 진나라에게 천하통일을 선사한 범저의 "원교근공" 정책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수많은 역사를 보면 가까이 있는 나라와 친하게 지내다가 자주성을 잃고 흡수당했던 예는 수없이 많다. 하지만, 멀리 있는 나라는 그만큼 위험하지 않다.

지금 ‘친중 반미’냐, ‘친미 반중’이냐의 논쟁을 할 때, 눈앞의 이익에 연연하지 않고 장기적 관점을 가지고 백년대계의 대외정책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대한민국의 자주성을 지키고, 글로벌 선도국가로 가는 길이 무엇인가를 깊이 고민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