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영
이대영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란다는 속담은 속물에 대한 경고이다. 속물은 대개가 어떤 착하고 여린 대상을 찾아내 화급한 모욕을 주고 화려하게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무대에 등장한다.

속물은 대개가 세속적 욕심에 눈이 멀고, 세상의 추이에 극도로 민감하며, 제 이득의 관계만을 추구하고, 단물이 빠지면 관계를 멀리하며, 심지어 관계를 가로채기 위해 모함과 참소도 즐긴다. 더 나아가 공동체가 규정한 법과 제도와 원칙을 무시하고 불법적 행위를 하면서까지 제 이득과 실속만을 챙기는 사람이다.

사실 정도만 다를 뿐이지 인간은 저마다 예쁜 속물이다. 갓 태어난 아이는 바둑으로 치면 속물 18급이다. 어미의 사정 보지 않고 젖을 빨며 제 생명만 붙잡는다. 이 순진무구한 존재가 10대가 되면 은근히 거짓말을 탑재하고, 20대가 되면 기막힌 변명의 기술도 탑재하여 급수를 급격히 올린다. 30대에 이르면 남보다 빨리 성공하고자 타인에 대한 험담과 비난의 방법을 깨치고, 40대에는 조직에서 살아남고자 아첨과 참소 등 기기묘묘한 술수와 저마다의 처세 도법을 연마하며 살아간다.

그리하여 50대에 이르면 대체로 속물 5급이 된다. 삶의 쓴맛 단맛을 아는 시기이다. 온갖 연(緣)으로 얽혀 가벼운 청탁을 주고받으며 운에 기대어 산다. 조직의 악행을 눈감아 소소한 이득을 챙긴다. 심지어 불법을 묵인하거나 혹은 동조하며 그것을 의리나 동지애라고 착각한다. 이러한 속물들이 판치는 세상에서 정직한 사람은 속칭 바보 멍청이로 놀림을 받는다. 부정을 고발하는 양심적인 행위는 조직을 해하는 악마적 행위로 비난을 받는다.

대략 여기까지는 아마추어의 세계이다. 속물의 프로 세계는 가히 범인(凡人)이 상상할 수 없는 신비한 세계이다. 엄정한 법의 세계에 돈과 쾌락과 욕망과 권력이 뒤엉키면서 온갖 추악한 행위가 독버섯처럼 자리를 잡는다.

대선후보의 아내를 비난하는 "소탐대실"이라는 유행어도 생겼다. 소고기 탐하다 대통령 자리 잃게 되었다는 뜻이다. 검소한 수도사가 뒤로는 호화생활을 하고 있다. 판사의 망치와 목수의 망치는 같다며 "망치론"을 주장한 개그맨이 뒤로는 고액의 강연료를 챙긴다. 심지어 소녀상을 버스에 태우며 여성의 인권 옹호에 앞장서던 정치인이 성추행으로 추락했다. 성남시의 재개발을 둘러싼 교묘한 법조 카르텔은 하이라이트다.

속물의 초단(初段) 및 고단자들은 교도소 담장 위를 아슬아슬하게 걷는다. 그들의 거짓말, 변명, 험담, 비난, 모략, 아첨, 참소 등 그들의 술수와 연기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후안무치한 궤변은 성경의 잠언을 누른다.

사실상, 속물 9단은 도술(道術)과 묘법(妙法)이 현란하여 현세에서는 가히 찾을 수 없다. 법망을 요리조리 피해가며 고무줄처럼 가지고 놀기 때문이다. 역대 대선후보 중에 여기에 가장 근접한 위인이 몇 있다.

속물에서 벗어나는 방법이 있다. 최소한 법과 상식을 지키겠다는 정직한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나아가 속물들을 보며 조롱하거나 비웃지만 말고, 내 속의 그와 유사한 속물근성을 찾아내 없애버리는 자기 성찰이 필요하다. 곧 반성이고 참회이다. 일상에서는 나눔이고 배려이며 감사로 표현된다. 나아가 자신에게 엄격하고, 아(我)와 타(他)에 대한 잣대를 같게 하되 포용과 관용의 품을 넓혀야 한다.

한비자가 말했다. 법불아귀(法不阿貴). 법과 원칙은 신분이 귀한 자에게 아첨하지 않고 비천한 사람을 무시하지 않는다. 승불요곡(繩不撓曲). 나무를 자르기 위한 먹줄은 휘지 않는다. 공자도 말했다. 견득사의(見得思義). 얻을 것이 생기면 먼저 그것이 합당한 이득인지 생각해 보라 뜻이다. 법과 권력을 다루는 사람들이 특히 유념해야 한다.

오늘도 뉴스에는 속물들이 극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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