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욱
김승욱

미국은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긴축정책으로 전환하고 있다. 테이퍼링 종료 시점을 앞당기고, 올해 기준금리를 최소한 3∼4회 올릴 것이며, 하반기에는 양적긴축도 할 예정이다. 이로 인해 세계 자본시장이 출렁이고 있고, 우리나라도 자본유출을 막기 위해서 기준금리를 선제적으로 올려 0.5%였던 기준금리가 현재 1.25%로 상승했다.

한국은행은 올해 중에 추가로 몇 차례 더 올릴 것이라고 예고했다. 대출금리가 0.5%포인트 상승하면, 이자부담은 6조원 가량 증가한다고 한다. 이렇게 금리를 계속 올리면 가계부채와 기업부채가 폭발해 한국의 금융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

한국경제 최대 뇌관은 가계부채이다. 지난해 3분기 자금순환표 통계에 의하면 가계부채는 국내총생산(GDP, 2,022조원) 대비 104.25%로 세계 37개 주요국 중 가장 높다. 그뿐만 아니라 증가율은 10.85로 지난해 대비 6%p가 올랐다.

기업부채는 가계부채보다 더 많은 2,293조원이며,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다 못 갚는 ‘한계기업’도 크게 늘고 있다. 한계기업이 빌린 돈은 124조5,000억원이고, 한계기업 비율은 2010년 통계 작성 이후 최대인 15%에 달한다.

게다가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화하면서 지난 2년간 폐업한 점포만 60만 개가 넘는다고 한다. 자영업자들은 평균 최저임금도 못 벌고 있어, 자영업자 부채가 887조 원을 넘었고, 그 증가율은 14.2%로 가계대출 증가율을 넘어섰다.

지난 1년간 청년대출도 급증해 영끌·빚투로 코인·주식 등에 투자하고, 전세 대출 등으로 2030세대가 진 빚은 전체 대출의 4분의 1을 넘어섰다. 한은은 청년 대출자 중 약 7%는 상환능력이 없다고 보고 있어 약 33조원 정도가 갚지 못할 빚인 셈이다.

그런데 최근 금융위원회에서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한 만기연장·상환유예는 3월 말에 종료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했다. 연기할수록 잠재부실 확대 등 부작용이 커지고, 악성 부채가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기 점점 더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한은의 ‘금융안정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자영업자 대출 중 9% 정도인 약 77조원을 사실상 갚지 못할 대출로 보고 있다. 그런데 이자까지 유예했기 때문에 실제로 자영업자의 상환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예상하기 어렵다.

지금까지 금융당국이 이 문제를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 이유는 선거 때문이다. 2020년 4·15 총선을 앞두고 1차 추경 편성 후 한 달 만에 또 2차 추경을 하는 등 매표행위를 했다. 그리고 만기연장·상환유예조치도 했다. 예상하지 못한 보궐선거를 하게 되어 또 연장했다. 만기가 다가왔지만 이번에는 대선에서 여권후보가 어려움을 겪게 되자 또 연장해서 대선이 끝나는 3월 말에 만기가 도래한다. 이자라도 지급하게 해서 악성부채를 가려내고 현황을 정확하게 파악할 노력을 하지 않고 묻지마 연장조치를 한 것은 조금이라도 표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기 위해서라고 생각된다.

작년 10월 기준으로 만기 금액은 261조원 규모로 늘었는데, 더 연기하면 부실이 더욱 누적되어서 그만큼 충격이 클 것이기 때문에 더 미루기 어렵다. 그래서 금융당국은 금융기관에게 대손충당금을 쌓으라고 주문하고 있다. 그러나 대손충당금을 쌓으면 대출기관의 대출여력이 그만큼 줄어들어, 금융시장에 돈맥경화 현상이 생기고, 대출금리는 다시 상승하게 되어 흑자부도도 발생할 수 있어 이것도 만능 해결책이 아니다.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국제유가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어 미 연준은 금리를 더 올릴 가능성이 많다. 그러면 우리도 따라서 안 올릴 수 없고, 그렇게 되면 가계부채와 기업부채의 뇌관을 건드릴 수 있다. 정치논리로 인해서 경제만 골병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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