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광조
오광조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으니까 행복하다’는 말이 있다. 우울하거나 찌뿌둥할 때 한바탕 웃고나면 몸도 마음도 개운해진 경험이 있을 것이다. 즐거운 일이 없어도 웃는 표정을 짓다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이는 뇌의 작동방식 때문이다.

표정은 감정과 밀접하다. 기분이 좋으면 웃는다. 그런데 기분이 좋은 사실을 의식적으로 알아차리기 전에 먼저 표정으로 나타난다. 표정이 변화된 뒤에 의식이 감정을 알아차린다. 긍정적 감정이 유발되면 웃는 표정을 짓고 이를 뇌가 인식하는 순서다. 즐거워서 웃기보다는 웃으니까 즐거운 것이고, 슬퍼서 우는 것이 아니라 우니까 슬픈 것이다.

감정을 일으키는 자극과 이를 인지하는 과정 사이에 표정 등 신체 상태의 변화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신체를 조절하면 감정을 조절할 수 있다. 재미없는 만화를 볼 때 일부러 미소를 지은 채 보면 더 재미있게 느껴진다. 호흡하는 방법만 바꿔도 특정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긍정적인 감정을 유발시키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그냥 웃는 것이다. 웃는 표정을 지으면 뇌는 즐겁고 기분 좋다고 느껴서 쉽게 긍정적인 기분이 든다. 웃음과 관련된 근육이 수축하기만 해도 웃는다고 판단하고 긍정적 감정과 관련된 호르몬을 분비한다.

웃음치료는 웃음을 이용해 몸과 마음의 통증과 스트레스를 줄이는 치료다. 현대의 웃음치료는 미국 새터데이 리뷰 지의 편집장이었던 노만 커즌스로부터 시작됐다. 강직성 척수염 환자인 그는 코미디 프로그램을 보면서 웃고 난 후 통증이 줄어드는 경험을 했다. 15분 웃으면 2시간 동안 통증이 없어졌다. 더 나아가 적극적인 웃음치료로 질병을 관리하면서 웃음의 의학적인 효과를 연구했다. 지금은 암이나 여러 만성통증 환자 관리에 사용한다.

웃음의 효과는 다양하다. 웃으면 면역계에 변화를 일으킨다. 면역세포를 억제하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졸이 줄어들고 암세포를 공격하는 NK세포가 활성화된다. 뇌에서 엔돌핀이나 엔케팔린 같은 통증을 줄이는 호르몬 분비가 증가한다. 강력한 진통작용으로 웃을 때는 아픔을 잊는다. 웃을 때는 혈관이 이완되어 혈압이 떨어지고 혈액순환을 촉진된다. 큰 웃음은 전신근육을 사용하니까 운동효과도 있다. 힘들고 우울한가? 웃어라. 마구 웃다 보면 기분이 한결 나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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