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광조
오광조

누구나 오래 살고 싶어 한다. 건강과 재산이 허락하면 영원히 살고 싶다. 진시황의 불로초 이야기처럼 어느 문명이나 불로장생에 대한 신화가 있다. 그러나 인류의 염원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람의 생명은 유한하다.

생명은 왜 유한할까? 1961년 레너드 헤이플릭은 사람의 세포는 40-60회를 분열하면 그 뒤로는 세포분열이 멈추는 ‘헤이플릭 한계’를 발견했다. 즉 수명은 한계가 정해져 있다는 뜻이다. 그 계산에 따르면 세포는 한 번 분열하는데 2.5년이 걸리니 사람의 수명은 120년이 한계다.

이 한계가 생기는 이유는 텔로미어 때문이다. 그리스어 ‘끝’을 뜻하는 ‘telos’와 ‘부분’을 뜻하는 ‘meros’의 합성단어다. 염색체 끝부분에 존재하는 복합구조체인데 신발끈 끝의 캡처럼 염색체 말단을 보호한다. 텔로미어는 세포분열 과정에서 염색체가 지닌 유전정보의 손상을 막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세포분열이 반복되면 텔로미어가 짧아진다. 이 길이가 일정 수준 이하로 줄어들면 세포는 분열을 멈추고 생명 활동을 종료하는 세포자멸사가 일어난다.

지속적으로 분열이 일어나는 세포는 텔로미어를 합성하는 효소인 텔로머라아제가 존재한다. 그래서 세포가 분열해도 텔로미어의 길이를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다. 소장의 상피세포, 골수세포, 암세포 등이다. 소장 내부의 상피세포는 지속적으로 음식물, 체액 등에 의해 상처입고 떨어져 나가지만, 활성화된 텔로머라아제에 의해 세포분열이 계속 일어나 상피세포를 보충한다.

텔로미어와 텔로머라아제는 세포분열 회수(回數)뿐 아니라 개체의 자연수명과 노화에 영향을 미친다. 텔로머라아제의 활성은 수명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최대 100년을 사는 장수동물인 바닷가재는 텔로머라아제 활성이 높아 텔로미어의 길이가 유지되며 오랫동안 늙지 않는다. 텔로머라아제의 활성을 제거한 실험동물은 급격히 노화하여 제 수명을 채우지 못한다.

텔로미어를 관리하면 노화를 방지할 수 있다. 텔로미어가 짧아지는 원인으로는 스트레스·비만·운동부족 등이 있다. 거꾸로 채식·적당한 운동·스트레스 감소·충분한 수면 등 생활 습관을 바꾸면 텔로미어의 감소를 줄일 수 있다. 소식은 장수 비결 중 하나다. 열량 섭취를 3분의 1 정도 줄인 쥐는 텔로미어가 덜 줄어들고 수명도 20% 이상 늘어났다.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