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희정
심희정

한국화장품산업연구원에 따르면, 피부 속 수분량과 피부 장벽 및 보호 기능의 지표인 ‘경피 수분 손실량’은 날씨에 크게 좌우된다.

고온 다습한 지역에 사는 여성들의 피부는 일정 나이가 들면서 건성화가 일어나 급격한 노화가 촉진된다. 무더운 날씨로 인해 피부 에너지를 많이 소비해 피부 장벽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반면 날씨가 추운 중국·몽골·러시아의 경우 피부 내 수분량이 매우 낮아 피부가 쉽게 지치고 건조해진다. 4계절이 있는 한국은 고온 다습한 여름과 한냉 건조한 겨울 날씨를 모두 가지고 있다. 안타깝게도 노화가 가속화되는 환경에 많이 노출되어 있는 것이다.

어느 지역에 살든 날씨 영향 아래에 있는 건 마찬가지지만 피부들은 각각 다르다. 베트남은 강한 자외선과 피부 수분 증발로 급격한 노화가 일어나는 환경이지만, 어떤 여성은 한국 여성만큼이나 백옥 피부에다 주름 하나 없이 탄력있고, 어떤 여성은 검고 많은 잔주름으로 고단한 세월의 흔적이 보인다. 한국 역시 같은 나이에도 불구, 한 여성은 칙칙하고 건조해 무거운 삶의 무게를 견뎌온 것 같은 반면 탄력있는 광채 피부를 가진 다른 여성은 유복해 보이기까지 한다.

왜 이같은 차이가 날까. 노화 지연과 동안 유지는 유전과 환경적인 영향보다 후천적인 노력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유전적으로 타고난 좋은 피부는 40~50대까지만 효력이 있다. 60대까지는 점 하나 없는 피부였지만 갑자기 검버섯이 생겼다고 호소하는 시니어들도 많다. 피부·표정·분위기로 표현되는 얼굴에는 살아온 흔적이 고스란히 남는다. 같은 세월을 보내왔지만 ‘나는 늙었고, 친구는 젊어 보인다’라고 평가되면 썩 기분 좋은 일은 아니다.

좋은 피부라고 생각할 때, 가장 젊다고 하는 ‘오늘’, 노화 지연을 위해 꾸준히 투자해 세월의 파고를 천천히 맞는 것은 어떨까. ‘슬로우 에이징’(천천히 나이듦)을 누리는 것도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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