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량
강량

영국 의회 이름은 팔러먼트 (Parliament)다. 원래 이 단어는 규모있는 수도원에서 사제들이 식사시간에 나누는 담론장을 의미했다. ‘말하다’라는 프랑스어 ‘파러’(parl)에서 유래됐다.

1272년 세금 징수 문제로 에드워드 1세가 귀족 및 지주회의를 개최하면서 이를 팔러먼트라 불렀다. 이후 팔러먼트는 의회를 지칭하는 단어가 됐다.

<근대국가의 발전> 저자 포지(Gianfranco Poggi) 교수의 지적처럼, 외부 위협으로 전쟁과 외교력에 모든 국력을 집중해야 했던 유럽대륙과 달리, 섬나라 영국은 일찍부터 공공논쟁, 개인권리, 법 집행의 투명성 등이 정치의 핵심과제가 됐다. 자연스럽게 정치가들도 정책·세금 징수·정당과 이익단체·시민의 역할과 의무와 같은 사회 내부 가치와 문제들에 집중하게 됐다.

영국 국가 명칭은 스테이트(State)나 네이션(Nation)이 아닌, 커먼웰스(Commonwealth)다. 직역하면 ‘공동의 부’다. 17세기 초엽부터 군주와 시민이 사회계약을 맺어 공공복리를 추구하는 세계 최초의 나라가 됐다. 루이 16세가 처형당했던 프랑스혁명보다 정확하게 101년 전인 1688년, 명예혁명으로 민의의 전당인 팔러먼트가 국가를 통치하는 입헌군주제가 됐다.

영국 하원의 임기는 5년이다. 선거일을 공휴일로 하지 않아도 투표율은 항상 60-70% 정도 나온다. 영국 국민은 열심히 정치적 소명을 다하는 여야 의원들을 진심으로 존경한다. 밤 늦도록 국회의사당인 웨스트민스터의 불은 꺼지지 않는다. 영국 국민은 명예와 정직을 목숨처럼 여기는 정치인들을 믿는다.

영국의 국회의원은 의사, 간호사와 더불어 3D 업종에 속한다. 세 가지 직업 가운데서도 제일 힘든 직이 국회의원이다. 영국 재선의원의 이혼율은 80%에 육박한다. 쥐꼬리만한 연봉에 일이 너무 많다보니, 의원의 배우자가 견뎌내지를 못하는 것이다. 온갖 특권을 다 누리는 대한민국 국회의원과의 비교는 그 자체가 모욕이다.

젊고 유능한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정치 출사표를 던졌다. 대한민국 국회와 정치의 정상화를 향한 그의 소명의식을 간절히 믿고 싶다.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