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량
강량

8년 전 20년 이상 해왔던 대학 강의를 그만둔 가장 큰 이유는 수강생들의 세계사 지식 맹아(盲啞) 때문이었다. 외교사·정치철학 강의를 듣는 학생들이 나폴레옹과 비스마르크도 모르는 수준이라면 강의는 불가능하다. 세계사는 중·고등학교에서 수강하지 않아도 되는 선택과목이다보니 자연스레 도태됐다. 사교육이 넘쳐나는 입시지옥에서 법대나 의대를 가기 위한 핵심과목만 공부한 결과, 기막힌 세상이 되었다.

대한민국 국시(國是)인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는 모두 서구사상에서 유래됐다. 현재 일상에서 통용되는 근대어들, 예컨대 자유·평등·인권·국가 등은 서양근대사에서 유래된 개념을 일본 명치시대 철학자들이 한자어로 번역한 것이다. 그러니 언어개념과 연관된 서양철학사를 모르면 대한민국 체제 정체성 확립이 불가능하다.

자유민주주의가 살기 위해서는 개인·국민·시민의 공덕심 (Civic Virtu)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이기적 물질주의 앞에 개인의 영혼은 모래알처럼 부서지고 공동체를 부정하는 회의주의와 무정부적 성향만 날로 늘어나고 있다. 오직 조국 근대화 기치 아래 개인의 발전이 국가 발전의 원동력임을 경험했던 실버세대만이 대한민국의 위대한 역사를 안다.

이런 모순적 현실에서 좌익들은 과거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공산전체주의 이념을 물질주의로 변장시켜 국민을 타락시켰다. 결국 대한민국 스스로 체제 타락과 체제 전복의 초위기 시대를 자초한 꼴이 됐다.

최근 한국갤럽 여론조사는 내년 총선 여당의 패배를 전망했다. 2020년 총선보다 여론조사가 더 좋지 않게 나왔다. 만약 내년 총선에서 야당이 두 자리수 의석을 획득하면, 이재명에 대한 법치는 물 건너가고 윤 대통령도 탄핵당할 수 있다. 한마디로 대한민국이 망한다.

‘판도라’라는 영화가 문 정권에 일조했듯, 지금은 ‘서울의 봄’이란 영화가 천만 관객을 향해 돌진하고 있다. 특히 20-30대 관객들이 두세 번씩 보며 역사정의감을 불태운단다. 좌익의 역사왜곡 선전, 선동술에 제대로 대드는 언론이나 지식인도 없다. 혁신위를 내친 여당 기득권자들의 태평성대 타령 속에 이래저래 자유애국시민 가슴만 숯덩이가 되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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