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석
조우석

정치인 이낙연만큼 별명이 많은 이도 드물다. 국무총리 시절이나 민주당 대표 때 붙은 게 ‘엄중 낙연’이다. "사안을 엄중하게 생각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하지만 어떤 행동도 하지 않은 탓에 붙은 부정적 뉘앙스다. 비슷한 뜻의 ‘기름 장어’도 있다. 원래는 반기문의 별명이었지만 어느 순간 이낙연에게 붙었다. 애매모호한 화법과 책임지지 않으려는 태도 탓이다.

특유의 중저음으로 목소리를 쫙 깔면서 그렇게 얼버무리는 걸 지켜보며 사람들은 요즘 질렸다. 당장 두 가지 사안 때문인데, 우선 신당을 하겠다는 것인지 접겠다는 것인지 그 속을 모르겠다. 상황이 그러니 따라가겠다는 이도 별로 없지만, 이재명 측도 신당의 파괴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며 속으로 웃고 있다. 이낙연만 우습게 될 가능성을 배제 못한다.

또 하나가 이재명의 대장동 비리 문제다. 그걸 지난 2021년 첫 보도한 경기경제신문 박종명 기자가 "당시 이낙연 최측근의 제보를 받아서 보도했다"고 밝힌 것이다. 검찰 출석 때 그렇게 말했다. 이거야말로 엄청난 사건이고, 이재명의 향후 정치 생명과도 직접 관련돼 있다.

문제는 직후 입을 연 이낙연의 엉거주춤한 화법이다. "(대장동은) 21명이 구속됐고 4명이 수사 중 자살한 엄청난 사건이다"고 운을 뗀 것까지는 좋았다. 단 "국민의 일반적인 상식으로 봤으면 좋겠다"며 말꼬리를 스스로 흐린다. 앞에서 했던 말을 뒤에서 자기가 뭉개버리니 ‘엄중 낙연’도 아니고 ‘기름 장어’도 못 된다. 신당 창당과 대장동 문제는 민주당과 이재명 앞날에 결정적 변수인데도 이 지경이다.

오죽했으면 당 내부조차 그를 두고 "주제 파악도 못하면서 노욕만 있다. 제발 나가주세요"라고 비판이 나온다. 숫제 모욕이다. 심하면 "검사 정권의 부역자"란 터무니없는 욕설까지 등장한다. 이낙연은 진중한 처신과, 죽인지 밥인지 모를 결정장애증 사이에 갇혀있는 꼴이다.

우리 관심은 이낙연의 정치생명 같은 게 아니다. 민주당에 기대되는 변화와 혁신에 그가 모종의 기여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총련 세력에 포위된 정치적 괴물 이재명의 행보를 끊어줄, 그래도 합리적인 당내 세력은 그밖에 없다. 결단을 기대한다. 이낙연의 또 다른 별명이 ‘추풍 낙연’이다. 그렇게 되는 비극적 앞날을 원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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