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명학
도명학

북한에서 운동은 대중적이라기보다 전문 체육인들의 몫이라는 인식이 짙다. 일반인들은 스포츠를 많이 하지 않는다. 체육관이나 경기장 체육용품 등 조건과 환경이 열악하기도 하거니와 먹고사는 일에 급급해 운동에 신경을 쓸 여유가 없다. 교통수단이 부족해 웬만한 거리는 걸어 다니고 일도 육체적으로 하는 노동이 많아 건강관리, 취미 목적의 운동을 따로 할 필요가 별로 없다. 남쪽에선 건강관리를 위해 등산도 많이 하고 헬스클럽에도 다니지만 북한은 다르다.

헬스클럽이 평양과 일부 대도시에 약간 생겼다지만, 그런 것이 있는지조차 모르고 사는 사람이 더 많은 실정이다. 상점에 가도 운동기구 하나 제대로 파는 것이 없다. 돈만 있으면 시장에 나가 무엇이나 살 수 있지만 스포츠 관련 상품은 거의 없다. 있다고 해도 잘 팔리지 않는다. 공을 사려고 해도 축구공은 좀 있지만 배구공·농구공·탁구공 같은 것은 드물다. 스키나 스케이트도 구하기 어렵다. 사람들이 스포츠를 많이 하지 않기 때문에 상인들이 그런 상품을 많이 가지고 있을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학교에도 스포츠용품이 부족하다. 학교 운동장에 세워놓은 철봉, 평행봉 같은 기초적인 시설만 있고 축구공·배구공 같은 것은 체육선생이 몇 개 가지고 있는 정도다. 학교 체육소조에는 좀 있지만 선수들 쓰기에도 부족하다. 체육 시간에 농구나 배구를 할 때도 축구공으로 하고, 배구공이나 농구공으로 축구를 할 때도 있다.

체육소조에 속한 학생들은 공부하기 싫고 불량배 기질이 많은 것으로 오해받기 쉽다. 그만큼 운동이 대중으로부터 홀대받고 있는 셈이다. 멀쩡한 학생이 수업은 받지 않고 공이나 차고 권투나 하며 돌아가는 것을 별로 곱게 보지 않는다. 그것을 부러워하는 학생 역시 수업 시간이 고통스러운 학생들이다. 물론 그중에는 스포츠로 학교와 나라의 이름을 빛낼 각오로 뛰어든 학생들이 있지만 소수일 뿐이다.

그나마 운동이 일반인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때는 명절을 계기로 직장별로 경품을 걸고 경기할 때다. 당과 정부, 직업동맹, 청년동맹 등에서 명절 분위기를 띄우려고 연례행사처럼 조직하기 때문이다. 명절이 아닌 날에 자율적으로 하는 경우가 있긴 한데 많지는 않다. 경기에서 지는 쪽이 무엇을 내기로 약속하고 하는 게임이다. 돼지 한 마리 내기라든지, 술값 내기라든지 무엇을 걸고 한다. 이런 것 외에 일반인들이 운동하는 모습을 보기 힘들다.

필자는 탈북 과정 중국 연길에서 새벽이면 숱한 노인들이 강변에 나와 운동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 북한 노인들은 아침 운동은 고사하고 콜록콜록 기침이나 하고 앉았을 시간에 말이다. 어색해 보이기까지 했다. 경제가 성장하고 생활 수준이 높으면 자연스레 운동이 대중화될 수 있음을 그때 처음 느꼈다. 북한당국도 체육의 대중화를 독려하곤 한다. 하지만 공염불에 불과한 현실이다. 생계가 우선인 주민들에겐 강 건너 개 짖는 소리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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