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명학
도명학

예로부터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고 한다. 살다 보면 다투는 경우가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남한에 와 살면서 "부부싸움은 칼로 살 베기"라는 말을 듣게 되고, 실제 그렇게 되는 사례들을 목격한다.

한국의 이혼율이 세계에서 제일 높다는데, 제발 잘못된 통계였으면 하는 생각마저 든다. 더구나 안타까운 건 탈북민 부부 이혼율도 덩달아 높아지는 것이다. 탈북민 부부들은 전대미문의 독재와 인권유린, 생명조차 연명하기 힘든 극도의 빈곤 속에도 헤어지지 않고 사선을 넘어 탈북을 단행한 전우이기도 하다. 그런데 남한에 와서 갈라지다니 말이 되나. 하지만 사실이다. 열에 일여덟은 헤어진다.

도대체 이유가 뭘까. 성격 차이나 취향, 경제적 문제, 혹은 배우자의 외도와 무관심 같은 것이 이유라면 이미 북한에서 했겠지 왜 남한에 와서야 하나. 혹시 남한 사람들이 걸핏하면 이혼한다고 하니 그것도 선진문화인 줄 착각하고 따라 하는 건가.

필자가 잘 아는 한 탈북선배가 있다. 남한에 온 지 20년 가까이 되는데 남한에 와서 아내와 갈라진 뒤 혼자 살다가 지금은 다른 탈북여성과 결혼했다. 그런데 끝까지 갈 것 같지 않다. 그에게는 전혀 고쳐지지 않는 결점이 있다. 평소 밖에서는 일도 잘하고 예의도 밝은데 집에서는 딴판이다. 아내를 하인 취급하지 못해 안달이 난 사람처럼 집에서는 ‘절대군주제’를 고집한다. 북한에서 살던 가부장적 권위주의 사고를 조금도 극복하지 못한다, 아니 그럴 의사도 없다. 아마도 아내는 하급이고 남편은 상급이라고 인식되던 북한에서의 가정 질서를 포기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남성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남성들이 가부장적 질서를 고집하는 ‘수구꼴통’이라면 여성들은 급진적 ‘가정 민주화’를 요구하고 나서는 격이다. 남한 남성들이 아내에게 살뜰하다느니, 남한에서는 아내가 밥을 짓지 않아도 남자가 다 한다는 둥, 그래도 먹히지 않으면 이혼하자는 최후통첩을 들이대기도 한다. "여기가 자유세상인데…여기 사람들 툭하면 잘도 헤어지던데 나라고 못 할게 뭐 있어?"하고 덤벼드는 모습을 볼 때면 착잡하다. 어느 것이 선진화된 것이고 어느 것이 방종인지 가리지 못하는 민주주의 초년생들에게 남한의 어두운 면이 먼저 비쳐 드는 모양새가 안타깝다.

변하지 않으려는 남편들과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를 마치 ‘집안의 모든 권력은 아내로부터 나온다’로 읽는 것 같은 아내들의 충돌을 극복할 신통한 비법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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