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비드19 유행 후 면역력을 강화한다는 식품, 특효약 광고가 넘친다. 먹기만 하면 모든 병에서 해방될 것 같다

면역의 본질은 자기와 비(非)자기를 구분하는 것이다. 몸에 침입한 비자기를 무자비하게 제거하는 것이 면역의 핵심이다. 면역계는 신체 내부와 외부의 경계를 형성하는 피부나 내장 점막, 백혈구 같은 세포, 다양한 화학물질과 림프절, 비장 등으로 구성된다. 세균·바이러스·기생충 등 외부 공격에 대항해 신체를 지키고 감염된 세포·이상세포·암세포 등을 처리한다.

면역기능은 평소에는 인식하지 못한다. 상처가 곪거나 감기에 걸려 열이 나면 느낀다. 그 중요성은 균형이 깨지면 절실하게 알 수 있다. 목숨과 바로 연관된다. 면역이 떨어지면 평소에는 무해한 세균에 의해 목숨을 잃고 암 발생도 증가한다. 극단적인 상태가 면역결핍증이고 에이즈가 대표적이다.

면역이 지나치게 강해도 문제다. 면역계가 급성으로 이상 흥분하면 몇 분 안에 목숨을 잃는다. 사이토카인 스톰(cytokine release syndrome)이나 과민반응증이 그 예다. 봉독이나 땅콩 알러지 등 수없이 많은 과민반응이 있다. 자가면역질환은 만성으로 면역계가 몸을 공격하는 병이다. 류마티즘·루푸스·베체트병 등이 있다.

면역기능은 셀 수 없이 많은 세포와 화학물질의 정밀한 조절로 유지된다. 어떤 것을 먹어 이 모든 세포와 과정을 조절하면서 원하는 대로 면역력만 올리기는 불가능하다. 식품을 먹어 항원을 미리 만들면 괜히 알러지 반응만 생긴다. 면역기능이 필요 이상으로 강화된다면 부작용도 크다.

면역력을 시력, 청력처럼 수치로 나타내기 어렵다. 저혈압, 고혈압은 있어도 저면역, 고면역은 없다. 광고하는 특효약을 먹어도 효과를 판정할 수 없다.

면역을 높이려면 면역기능에 악영향을 주는 행동을 피하면 도움이 된다. 스트레스를 장기간 받으면 스트레스 호르몬에 의해 면역계가 억제된다. 담배는 기관지 섬모를 일정 시간 마비시킨다. 웃음이 면역기능에 좋다는 연구가 있다. 잘 먹고 적절히 운동하고 스트레스를 관리하면 면역기능도 같이 좋아진다.

질병에 대비해 면역을 강화하는 입증된 방법은 예방접종이다. 이를 통해 천연두를 박멸했고 여러 치명적인 질환을 피할 수 있게 됐다.

비싼 돈 주고 효과가 의심스러운 제품을 먹느니 면역계도 구성성분이 단백질이니까 차라리 그 돈으로 단백질인 고기를 먹는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