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광조
오광조

플라세보는 ‘기쁨을 주다’ 혹은 ‘즐겁게 하다’라는 라틴어에서 유래한 말이다. 실제 약리작용이 없는 가짜 약인데도 긍정적인 믿음으로 증상이 좋아지는 현상을 ‘플라세보 효과’라고 한다.

플라세보의 유효율은 30% 정도다. 처방 약은 본래 효능이 있지만 심리적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민감한 환자는 약의 가짓수, 크기, 색깔 등에도 영향을 받는다. 정맥 주사도 환자가 보는 앞에서 놓으면 효과가 더 있다고 한다. 2008년 미국의 한 설문조사에 답한 의사 중 절반은 정기적으로 플라세보를 처방한다고 답했다.

수술도 강력한 플라세보 효과를 발휘한다. 미국의 모즐리 박사는 무릎이 아픈 환자 180명을 대상으로 일부는 진짜 수술을, 일부는 가짜 수술을 시행했다. 진짜 수술과 같은 과정으로 준비하고 무릎을 절개한 뒤 흉터를 남겼다. 가짜 수술도 진짜 수술과 똑같은 결과를 보였다. 수술 후 2년 뒤에도 두 집단 사이에 큰 차이가 없었다. 가짜로 수술받은 집단도 실제 관절경 수술을 한 집단처럼 잘 걷고 계단도 잘 올라다녔다.

피험자를 두 그룹으로 나누어 빨간약과 파란약을 복용하게 한 연구도 있다. 빨간약을 먹은 사람은 불안이 심해졌고, 파란 약을 먹은 사람은 안정됐다. 두 약은 모두 플라세보였다.

플라세보 효과가 잘 듣는 경우는 환자가 의사와 병원을 신임하면 신임할수록, 한 번 약을 먹어서 그 약의 효과를 본 환자일수록, 똑같은 약이라도 가격이 비싸다는 것을 알고 복용하면 효과가 더 크며, 솔직하고 순진한 성격의 사람일수록 새로운 경험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므로 더 큰 효과를 보인다고 한다.

나쁜 효과를 예상하면 안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이것을 ‘노시보’라고 한다. 부정적인 플라세보다. 약효가 없는 약을 먹고도 가렵거나 두통 등 부작용이 나타난다. 극단적인 경우 ‘부두 죽음’처럼 죽음을 초래할 수도 있다. 부두술사가 주문을 걸면 대상자는 앓다가 죽기도 한다.

긍정적인 기대는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온다. 명의의 얼굴만 봐도 좋아진다는 환자가 있다. ‘엄마 손은 약손’도 플라시보 효과로 볼 수 있다.

플라세보 효과는 뇌의 작용이다. 통증은 뇌에서 인식하는데 뇌의 강력한 억제 기전과 뇌의 해석에 영향을 받는다. 긍정적인 기대나 믿음은 통증을 완화하고 실제로 기분을 더 좋게 만든다. 심지어 사지가 절단된 고통의 순간에도 상황에 따라 통증을 덜 느낄 수 있다. 미국 철학자 윌리엄 제임스의 말처럼 ‘믿음은 사실을 창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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