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석
조우석

민주당 이재명의 실체가 더 뚜렷해지고 있다. 그가 이번 총선을 계기로 이른바 86전대협을 찜쪄먹는 막가파 운동권 한총련의 숙주로 등극한 것이다. 얼마 전 인재 영입 케이스로 삼민투 출신의 박선원을 끌어들였던 것도 그 맥락이다. 세상이 알 듯 그는 미 문화원 점거 농성 주동자다. 문재인 시절 국정원 1차장으로 정보기관 내부까지 휘저은 위험인물이기도 하다.

박선원만큼 아찔한 인물이 강위원이다. 당대표 특보인 그는 이재명 친위세력의 핵심이다. 이재명은 그에게 공천까지 주려다가 성희롱과 음주운전 논란을 자초했다. 결국 강위원은 16일 후보 검증 신청을 철회하며 4월 총선 출마를 포기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친명계 원외 조직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 공동의장 직함을 갖고 있다. 지난 대선 때 이재명 비서실 총괄팀장을 맡았던 3인방의 한 사람이기도 하다.

강위원이 악명을 떨친 건 이재명 체포동의안 표결을 앞두고 8월 말 단식을 시작했을 때였다. 그때 "가결표를 던지는 의원은 추적, 색출해 당원들이 그들 정치생명을 끊을 것"이라고 무지막지한 협박을 했다.

한총련 의장 전력을 가진 강위원의 발언 중 결코 잊으면 안 되는 게 있다. 총선 승리 뒤 현 체제를 뒤집어엎고 이른바 진보적 공화국을 세우자는 공언이다. 그걸 제7공화국 건설이라고 못박았다. 내친김에 "진보적 공화주의에 기반을 둔 기본사회"란 말도 했다. 두어 달 전 한 월간지 인터뷰 발언이다. 이제 좀 느낌이 오는가. 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지금의 대한민국 앙시앙 레짐(구체제)를 접은 뒤 저들이 원하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야심이다.

당혹스러운 건 그가 품고 있는 그림이란 북한식 인민민주주의와 다를 게 없어 보이는 점이다. 드디어 운동권의 숨겨진 꿈, 대한민국 체제 전복의 비전을 그의 입으로 밝힌 것일까? 87년 체제가 문제는 문제다. 지난 38년간 대한민국은 표면적으로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이지만, 그 위에 주사파 운동권이 올라탔다. 그래서 사실상의 좌우합작 체제다.

이번 총선에서 운동권 정치를 청산하고 새 질서를 세우자는 게 자유우파 내부의 암묵적 합의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 무리는 좌우합작의 허울마저 내던지고 사실상의 북한식 체제로 달려가자고 선수를 친 셈이다. 이번 총선이 흔한 정치 이벤트를 넘어서 또 한 번 체제전쟁인 이유가 새삼 분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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