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석
조우석

지난 1월 10일 개봉한 김대중 다큐영화 ‘길 위에 김대중’이 20일 만에 관객 11만 명을 넘어섰다. 대단한 수치다. 장편 극영화와 달리 다큐 영화는 홍보나 관객 동원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다큐 영화 10만 명 이상이란 조직이 움직였다는 뜻이다. 지금 좌파는 무려 1300만 관객이 든 ‘서울의 봄’에 이어 ‘길 위에 김대중’으로 총선판을 싹쓸이한다는 그림이다.

저들이 지난번 김대중 100주년 기념식을 어떻게 이름 붙였는가? ‘하나로 미래로’, 즉 좌파의 구심점 김대중으로 하나 되어 총선도 치르자는 그림이었다. 저들은 문화공작 방면에 노하우가 많다. 8년 전 다큐 영화 ‘노무현입니다’로 185만 명 관객을 끌어들였다. 185만 명이면 장편 극영화 1000만 명과 맞먹는 수치다. 지난해 다큐 영화 ‘문재인입니다’도 11만 명을 모았다.

저들은 돈과 사람이 넘쳐나며 문화전략을 알고 움직인다. 반면 우린 용산 대통령실 권력만 잡았을 뿐 세상을 움직이는 문화·교육·언론 등 소프트파워엔 젬병이다. 그렇다면 이걸로 끝인가? 아니다. 이순신에게 열두 척의 배가 있었듯 우리에겐 2월1일 개봉하는김덕영 감독의 다큐 영화 ‘건국전쟁’이 몸을 풀고 있다.

‘건국전쟁’은 건국 대통령 이승만 영화다. 3년간 제작비 2억 원을 들여 완성했는데, ‘길 위에 김대중’에 비해 10분의 1 이하 제작비다. 그것도 자유우파 개개인의 쌈짓돈이니 눈물겨울 지경이다. 그렇게 우리의 아우성과 피땀으로 만들어진 ‘건국전쟁’은 개봉 전 우여곡절도 많았다.

전국에 딱 10개 상영관만 주겠다는 통보를 CGV로부터 받았지만, 그것도 며칠 전 끝내 풀었다. 현재 107개 영화관을 잡았으니 해볼 만한 게임이 됐다. 그게 전부가 아니다. 지금 서울은 물론이고 부산·대구·광주·인천 등에 나란히 ‘건국전쟁’을 알리는 대형 버스광고가 등장했다. 서울지하철 3호선 고속버스터미널역 승강장 스크린도어에도 광고판이 내걸려 눈길을 끈다.

아시는가? 이 나라 건국 대통령이 4·19 이후 지금까지 상업광고와 관련해 얼굴 사진이 내걸린 건 이번이 처음이란다. 그동안 이승만은 외면과 백안시의 대상이었다. 상업광고 개시 자체가 문화사적 정치사적으로 너끈한 의미가 있다는 뜻이다. 어쨌거나 이제 볼 만한 싸움판이 벌어졌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을 유심히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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