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필섭
공필섭

아일랜드는 위스키 원조국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5대 위스키 중 하나로 꼽히는 아이리시 위스키는 전통적 특징을 이해하고 즐기면 좋다.

몰트(발아된 보리)만 쓰는 스코틀랜드와 달리 정통 아일랜드식 위스키는, 몰트와 일반보리를 섞어 단식증류기(Pot still)로 3번 증류한다. 일반적으로 2번 정도 증류하는 스카치는 원료 곡물에서 유래하는 향미가 강하고 감칠맛이 특징이다. 반면 3회 증류하는 아일랜드식은 평균 알코올 도수가 90도에 육박하고 고순도의 매우 부드러운 증류액이 특징이다.

몰트를 건조할 때는 피트 훈연을 하지 않고 무연탄이나 가스를 사용한다. 피트를 사용하는 스코틀랜드에 비해 첫 맛은 알싸하지만 향이 깨끗하다. 증류소별 개성은 스카치에 비해 확실히 떨어지는 편이지만, 전반적으로 부드럽고 크리미하며 끝맛은 또 달콤하다. 그 자체가 아일랜드식만의 개성이다. 위스키 초심자에게 권하기도 매우 좋다.

아이리시 위스키는 영어로 whiskey, 스카치는 whisky를 쓴다. 혹자는 아일랜드(Ireland)에는 e가 있고, 스코틀랜드(Scotland)에는 e가 없어서 그렇다고 한다. 하지만 원조국 자존심 아닐까. 미국 위스키 버번 역시 whiskey를 사용한다. 물론 아메리카(America)에는 e가 있다. 하지만 스코틀랜드 또는 영국에서 독립한다는 심리가 ‘e’에 반영된 것 아니겠는가. 그래봤자 우리에겐 그냥 ‘위스키’지만.

스카치나 버번은 강한 향 때문에 결코 할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아이리시 커피다. 아메리카노 커피와 아이리시 위스키를 3:1정도 넣고 설탕을 섞는다. 그 위에 크림을 얹으면 끝. 위스키 품은 커피 한모금…일상에 지친 심신에 힘도 나게 하고 기분도 좋아지게 하는 아이리시 위스키만이 할 수 있는 묘약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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