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필섭
공필섭

메이커스 마크는 국내에서 와일드 터키, 버팔로 트레이스와 더불어 버번 3대장으로 불린다. 호밀을 일부 사용하는 다른 버번과 달리 옥수수·밀·보리만 사용해 버번 특유의 톡 쏘는 스파이시함이 적고 바닐라향의 부드러운 단맛이 특징이다.

빌 사뮤엘스는 6대째 내려온 가문의 위스키가 입맛에 맞지 않아 새로운 위스키를 만들고 싶었다. 그런데 새로운 레시피 확보도 없이 170년간 내려오던 가문의 비전 레시피를 불태워 버렸다. 곡물을 배합하고 발효 후 증류한 뒤 최적의 배합을 찾는 것을 기약할 수 없었다.

이때 기발한 아이디어로 이 사태를 해결한 이가 빌의 대학 동기이자 아내인 매기였다. 매기는 다양한 곡물 배합으로 빵을 만든 후 맛을 보며 최적의 배합을 찾아냈고, 지금 메이커스 마크의 황금 레시피가 됐다.

예로부터 장인들은 작품에 자신들만의 표식을 새겼다. 매기는 위스키 장인이라는 점에 착안, 제품명을 메이커스 마크(Maker's Mark:장인의 표식)라 지었다. 라벨 작업은 수작업으로 했다. 지금도 하루 수만 개 이상의 라벨 재단을 한 명이 30년 이상 해오고 있다.

메이커스 마크의 대표 상징은 병 입구를 빨간 왁스로 밀봉한 점이다. 빨간 왁스 실링은 눈에 쉽게 띄어 마케팅의 좋은 본보기가 되기도 한다. 실링 작업도 모두 사람이 직접 하고 있다. 실링 모양이 병마다 모두 달라, 특이한 모양의 실링은 소장 가치가 있어 따로 거래될 정도다. 이것 역시 빌의 반대에도 밀어붙인 매기의 아이디어다.

매기가 없었다면 지금의 메이커스 마크는 탄생하지 못했다. 고생하는 남편을 위해 움직인 내조자였지만, 실상은 전 세계 위스키계에 큰 획을 긋고 여성 최초로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천재였다. 매기 자체가 장인의 족적(Maker’s Mark)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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