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재
김병재

지난 12일 봉준호 감독 등이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 모여 ‘고 이선균배우의 죽음을 마주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요구’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이선균의 죽음을 경찰과 언론에 의한 ‘인격 살인’으로 규정짓고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를 촉구했다. 27일에도 정지영 감독 등이 소속된 ‘문화예술인행동’이 서울시청 앞에서 ‘더 이상 죽이지 마라 ’집회를 열었다. 규탄 대상을 경찰, 언론에서 검찰로 늘렸다 .

이선균의 죽음을 정치화하려는 양상이다. 경찰 수사과정에서 특정 언론사로 수사 정보를 유출했는지 조사하고 유명 배우의 아까운 죽음을 추모하면 될 일을 정쟁화해 확대 재생산하려는 모양새다. 윤미향 의원 등 참가한 면면을 보니 향후 집회 성격이 정치집회로 이어지려는 듯하다.

이선균의 죽음은 충격적이었다. 대부분 국민이 가슴아파했다. 특히 드라마 ‘나의 아저씨 ’를 본 시청자들이라면 더욱 그랬을 것이다. 힘들게 살아가는 어린 부하 여직원에게 "아무것도 아냐 "라는 말로 위로하지만 정작 자신은 흔들리며 살아가는 ‘아저씨 ’ 모습에 적지 않은 시청자들이 연민의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지금도 SNS나 유튜브에서 그 선한 연기를 볼 수 있는 동영상이 인기다.

하지만 고인이 마약 투약 혐의로 조사를 받던 피의자였다는 사실도 간과할 수는 없다. 고인에 대한 경찰의 무리한 수사는 문제였다. 첩보를 받은 후 내사 단계부터 언론에 보도됐고 , 1 차 간이검사와 2 차례 정밀 검사에서 음성으로 나왔는데도 사건을 종결하지 않고 고인을 3차례 공개 소환했다. 사망 전 마지막 소환 때의 비공개 요청도 묵살됐다. 공영방송과 유튜버 등 유사 언론의 선정적 보도에도 책임이 있다 .

그렇다고 그의 죽음을 정쟁 도구로 삼으려 해서는 안된다 . 이 사건과는 무관한 검찰은 왜 끌어들이는가. 야당 정치권에서나 할 법한 ‘윤석열 정권 ’운운하는 발언도 뜬금없다. 경찰이라도 피의사실과 수사정보 공개 금지및 공표에 대한 원칙을 지키지 않거나 수사 내용을 유출했다면 형사 처벌을 받을 것이다. 나서지 않아도 될 일에 자꾸 나서니 문화예술계가 편향됐다고 지적받는 것이다. ‘더 이상 죽이지 마라 ’고 할 게 아니다. 더 이상 선동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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