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재
김병재

문화체육관광부에 글로벌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 19일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해외 한국문화원장과 문화홍보관들이 한자리에 모여 K-컬처 세계시장 진출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한국문화원이 협력지원의 전초기지로서 역할을 해달라"고 말했다.

이보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유 장관으로부터 ‘2024년 정책추진계획’을 보고받고는 "문화체육관광부는 문화산업부라 생각하고 일자리 창출을 해야 한다"며 "문체부는 문화예술·체육·관광을 포괄하는 부처로서 수익과 경제가치를 창출하고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화에 대한 발상의 전환을 주문한 것이다.

사실 역대 정부들은 예외없이 문화산업(cultural industry)을 강조했다. 일례로, 김영삼 정부 때 상영된 영화 ‘쥬라기공원’ 한 편으로 할리우드가 벌어들인 수입은 우리가 자동차 150만 대를 수출한 액수와 맞먹는다. 지금 전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있는 K-팝, K-영화 등 K-컬처도 문화를 수익성을 창출하는 하나의 산업으로 발전시킨 것이다. 관광은 굴뚝없는 산업이라는 말도 같은 맥락이다.

문화산업부는 ‘창조산업’(creative industry)으로 유명한 97년 영국 블레어 정부의 문화미디어체육부(DCMS, Department of Culture, Media and Sport)를 연상케 한다. 당시 영국은 기존 ‘문화’로는 과거의 국가유산과 예술, 그와 관련된 박물관이나 갤러리라는 이미지의 한계 때문에 그 틀을 깨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 새로운 명칭 ‘창조산업’을 사용했다. 그 이후 뮤지컬·방송·출판·게임·영화 같은 기존의 산업을 융합해 경제적 가치와 고용을 창출했다.

우리 문화산업의 글로벌 전략은 양질의 콘텐츠에 달려있다. ‘오징어게임’ ‘기생충’에서 봤듯이, 그래야 세계에서 통할 것이다. 편향된 이념에 종속된 영화이거나 반일만을 일삼는 퇴행적인 드라마로는 글로벌 시장을 공략할 수 없다. 인류의 보편적인 가치나 정서에 호소하거나 한국적이면서도 전 지구적인 소재를 기획 계발한 ‘잘 만들어진’ 콘텐츠만이 글로벌 시장에서 수익을 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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