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이 "남조선 전 영토 평정을 위한 대사변 준비"를 언급한 이후 미국에서는 핵전쟁 발발 가능 추측까지 나오는 가운데, 전문가들의 의견을 묻는 목소리가 늘어나고 있다. 돌이켜보면 오랜 역사 동안 항상 외세의 간섭과 침략에 시달려온 대한민국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어떤 나라 국민보다도 전쟁에 대한 이해와 지식이 높은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이러한 아쉬움을 해소하고 국민이 생소해 하는 전쟁과 군사작전 이해에 도움이 되고자 나름의 경험과 연구를 토대로 이 칼럼을 연재한다. <편집자>

 

권태오
권태오

인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오늘날까지 지구상에는 끊임없이 전쟁이 계속돼 왔다. <역사의 교훈>(The Lessons of History)을 쓴 듀란트 부부(William James Durant, Ariel Durant)는 3421년의 인류 역사 중 전쟁이 없었던 기간은 불과 268년밖에 되지 않는다고 했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Alvin Toffler)도 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5년부터 1990년까지 2340주 동안 지구촌에 전쟁이 없었던 시기는 단 3주일뿐이었다고 했다. 현재도 우크라이나·가자·예멘 등 세계 50여 곳에서 전쟁이 진행되고 있다. 대체 전쟁이란 것이 무엇이기에 이렇게 우리 곁을 떠나지 않고 있는 것일까?

훼릴(Arther Ferill)은 ‘지옥’이라는 단어 하나로 전쟁을 정의했다. 서양의 군인이자 군사학자인 클라우제비츠(Clausewitz)는 ‘정치의 연속’이라고 정의했다. 이론적으로 열전(熱戰, hot war), 즉 두 개 이상 국가의 군대가 무력을 사용해 인마살상(人馬殺傷)을 동반하는 충돌을 할 때, 이를 전쟁이라고 정의한다.

전쟁은 최소한 두 가지 조건을 갖춰야 한다. 첫 번째는 전쟁의 주체로서 그 당사자가 군대를 보유한 국가여야만 한다. 국가로 인정받지 못한 집단이나 다국적 무장집단과의 충돌이라면 이는 테러리즘이 되는 것이고, 국가 내부의 무장세력이 일으킨 충돌이라면 내전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모든 전쟁의 75% 정도가 국가 사이에 일어나는 국제적인 전쟁이었기 때문에, 통상 전쟁이라고 하면 국제전쟁을 의미한다.

두 번째는 희생자의 규모에 관한 것이다. 싱거(J. David Singer)와 스몰(Melvin Small)은 1815년부터 1965년까지의 수많은 분쟁을 검토, 희생자가 1000명 이상 발생한 분쟁을 전쟁이라고 분류했다. 이 숫자에 대해서는 여러 논란이 있지만, 여전히 전쟁과 일반적인 분쟁을 구분하는 기준으로 삼고 있다.

전쟁을 바라보는 시각에서 자유민주주의 사회와 공산주의 사회는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인권과 복지를 중시하는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전쟁이 파괴와 살상, 폭력을 동반하는 것으로 인류가 힘을 합쳐 막아야 할 재앙이라고 보는 반면, 공산주의적 시각에서는 전쟁을 지배자에 대한 해방전쟁이며 세계 공산주의 혁명을 완수하는 수단으로 보고 있다. 그러다 보니 공산주의 국가는 전쟁이 가져오는 폐해나 심각성을 고려하지 않는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전쟁을 일으키기도 하고(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제국주의를 몰아낸다고 남의 나라 전쟁에 뛰어드는 짓을 하기도(6·25전쟁, 중국은 항미원조전쟁이라 합리화) 한다.

공산주의 이론을 정리한 레닌은 <사회주의와 전쟁>에서 계급이 폐지되고 종국적으로 사회주의가 완성되지 않는 한 전쟁은 없어질 수 없다고 했다. 공산주의자들에게는 전쟁의 참혹함보다 혁명 완수가 더욱 중요하고 의미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국제적으로 금지된 핵, 생화학무기와 같은 대량살상무기(WMD)도 이들에겐 합법적인 것이 된다. 북한이 전쟁을 수시로 입에 담고 있는 배경은 바로 이런 시각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북한에 자유민주주의 정권이 수립되지 않는 한 이런 망발은 계속될 것임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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