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오
권태오

도대체 왜 전쟁이 일어나는 것일까? 인류를 파멸로 이끄는 이 사회현상을 막으려면 그 원인을 찾아 제거하면 되지 않을까? 1000만 명이 전사하고 2300만 명이 부상을 당한 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1925년, 워싱턴에서 전쟁의 원인과 대책에 관한 회의가 열렸다. 이때 조사된 전쟁의 원인은 무려 250개 이상이 됐다고 한다.

학자들 역시 왜 전쟁이 발발하는가를 연구했는데 그 결과는 참으로 다양했다. 대체로 이들의 연구 결과는 생물학적 본성·심리적 요인·사회적 문제 등 세 가지로 구분된다.

첫 번째 생물학적 본성이란 동물이 가지고 있는 본능이다. 먹이든 이성이든 자기가 가져야 한다는 소유욕 또는 소유한 것을 지키려고 하는 보호 본능 등, 인간도 동물이기에 가지고 있는 이런 본성이 전쟁을 일으키게 된다는 것이다. 아시아는 물론 심지어 유럽까지 정복했던 몽골의 칭기스칸도 다른 부족에게 납치당한 자신의 신부를 되찾아야 한다는 소유와 보호본능에서 전쟁을 시작했다.

두 번째는 심리적 요인에 기인한다는 주장인데, 모든 국가는 나름의 집단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당연히 국가 구성원인 국민도 이 집단 정체성에 따라 스스로의 자존감과 위엄을 지키고자 한다. 때문에 다른 국가나 집단에 대해서 경쟁심을 느끼게 되고 이것이 집단적으로 표출될 때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2차 세계대전의 원인을 분석하며 리더십에 주목하는 많은 학자들이 아돌프 히틀러의 불안정한 자존감, 편집증적 게르만 우월주의가 전쟁을 촉발했고, 독일인들의 유대인에 대한 집단 혐오증이 홀로코스트를 야기했다고 보는 견해가 이에 해당한다.

세 번째는 사회의 여러 문제가 전쟁을 야기한다는 해석이다. 현대는 정치·경제·사회·종교·문화·이념 등 다양한 욕구들이 분출되는 복잡한 세상이다. 이 과정에서 이질적인 국가나 집단 간에는 적대감이 형성되고 갈등이 발생하게 된다. 이러한 갈등이 효과적으로 통제되지 않을 경우 테러나 전쟁으로 나타나게 된다. 공산주의자들의 전쟁관도 여기서 출발하고 있다. 노동자와 농민을 착취하며 시장경제를 추구하는 자본주의자들과는 근본적으로 함께할 수 없기 때문에 이를 괴멸시키기 위해 전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공산주의자들은 이런 전쟁은 ‘정의의 전쟁’이라고 주장한다. 자신들의 모순을 외부로 돌리는 궤변이 아닐 수 없다.

푸틴은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 TV 연설을 통하여 "우크라이나로부터의 지속적인 위협"에 러시아가 "안전하게 발전하고 존재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나토에 가입하려는 우크라이나와 접경을 두고 함께할 수 없기에 전쟁을 해야만 한다는 공산주의 전쟁관이 깔려있는 말이다. 아울러 이 전쟁은 신 짜르(czar, 구 러시아제국의 황제)로서 자신의 권위를 과시하고, 러시아 내부에서 점증하는 자신을 향한 불만을 제거하기 위한 계산들이 깔려있었다.

그러면 앞으로 북한이 한국을 공격해 온다면 그 이유는 무엇이 될까? 인민군 창설일인 지난 2월 8일 북한 노동신문 사설은 ‘만일 적대세력들이 목숨보다 소중한 우리 국가와 인민의 존엄을 털끝만치라도 건드리려 한다면 상상할 수 없는 초강력 타격으로 도발의 본거지들을 흔적도 없이 초토화하겠다’고 발표했다. 김정은 집권 이후 여러 차례 등장하고 있는 ‘국가와 인민의 존엄’이라는 표현으로 우리는 북한의 전쟁 이유를 명확히 알 수 있다. 더 이상 ‘사회주의 혁명 완수’라는 거대한 담론은 북한 정권의 관심이 아니며, 오로지 김정은과 그 추종세력을 보호하기 위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전쟁 이유로 내세우는 것이 참으로 유치하고 수준 낮다. 인민을 내세우며 민주공화국이라 하지만 실제는 전제군주국인 북한의 전쟁 이유는 이렇게 독특한 것이다. 전쟁 원인에 대한 새로운 학설이 나올 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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