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형
이충형

요즘 극장가 화제의 중심은 단연 ‘건국전쟁’이다. 17일 현재 관객 62만6761명을 기록, ‘그날, 바다’(54만 명)를 제치고 역대 국산 다큐멘터리 영화 4위를 기록 중이다. 역대 다큐멘터리 1위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480만)이다.

유명세를 반영하듯 ‘셀럽’ 역사 강사들이 SNS로 참전했다. 대선 때 이재명을 공개 지지한 황현필은 "영화를 리뷰해 달라는데 직접 영화까지 봐야 하는 역겨움은 누가 담당하느냐"며 "어중이떠중이 말고 이승만을 찬양하는 이가 누가 있느냐"고 했다. 그는 과거 "6·25는 미국이 일으킨 전쟁"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현실주의 강의로 유명한 전한길은 "(이승만에게) 이런 업적도 있으니 알고 가자, 잘못 알려진 부분은 바로잡자는 취지의 영화"라고 평했다. 그는 "자칭 역사 전문가라는 사람들, 독자나 국민에게 가르치려드는 사람들에게 가스라이팅 당하지 말라"며 "제발, 일단 보고 말하라"고 일갈했다.

진중권은 "4·19 이념을 계승한다는 헌법 정신에 위배된다""역사 수정주의"라고 영화를 비판했다. 영화를 보지 않은 이의 선입견과 확증편향이 느껴진다. 이에 김덕영 감독은 "역사 수정주의는 잘못된 가설과 근거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라며 "영화 어디에 잘못된 증거가 있는지 여쭤보고 싶다"고 반문했다.

포털 사이트의 관객 평점은 절대다수가 10점 만점이다. "이승만에 대해 그동안 잘못 알고 있었다"는 평이 많았다. 최하점인 1점을 준 극소수는 "볼 생각도 없다""런(run)승만, 민간인 학살 같은 내용은 다 뺐다"처럼 영화를 보지 않은 이들이었다.

이승만과 샤를 드골 전 프랑스 대통령은 공통점이 많다. 드골은 조국이 나치 독일에 점령됐을 때 영국에서 단파방송으로 자국민의 저항을 독려했다. 승전 후 반공 노선을 펼쳤고 총리와 대통령을 지냈지만 독재자란 비판 속에 하야했다. 하지만 수도 파리의 국제공항과 프랑스 유일의 항공모함엔 그의 이름이 붙어 있다. 광장에 제대로 된 동상조차 없는 이승만과의 차이점이다. 이승만에 대한 사실을 바로 아는 것이 이 차이를 해소하는 시작이다.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