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가장 매스컴의 주목을 모으는 정치인이 누구인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아니다. 그가 나타나는 곳마다 말뜻 그대로 입추의 여지가 없는 광경이 펼쳐진다. 이런 모습이 불편한 친야 성향 지지자들이 내세우는 게 ‘한동훈 대머리’론이다. 약은 오르는데 제대로 깔 게 없으니 외모 비하로 ‘정신 승리’를 하고 있다. 자칭 진보주의자라는 이들이 말이다.
온라인에서 ‘한동훈 대머리설’을 뒷받침한다는 근거 중 하나는 청주 한씨 집성촌 이름이 ‘대머리’라는 거다. 그런데 대머리는 ‘큰 마을’이라는 옛날식 표현이다. 충주 황새머리, 경주 숲머리, 여주 말머리, 양평 두울머리처럼.
또 다른 근거는 항상 헤어스타일이 일정하다는 거다. 단골 미용실 실장의 한동훈 모발 목격담이 하나도 없다는 건 미용실을 갈 일이 없어서가 아니냐는 얘기다.
일단 한동훈이 대머리인가. 예전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대머리라고 다들 말했는데 삭발을 하고 보니 머리숱 부자였다. 지금 한동훈 머리가 가발이라면 머리숱이 확연히 줄어든 시기가 있었을 거다. 그 시절에 찍힌 사진이 없을 리가 없고 ‘한동훈 가발설’을 주장하는 수많은 민주당 지지자 중에 그 사진을 입수한 사람이 분명 있었을 거다. 그런데 그런 사진이 공개된 적은 한 번도 없다.
한동훈이 대머리이고 가발이라고 치자. 그걸로 한동훈을 공격하면 타격을 입힐 수 있을까. 대한민국 남자들이 탈모에 얼마나 민감한지 민주당 지지자들은 모르나.
1963년 대선 때 윤보선은 박정희를 ‘남로당 빨갱이 출신’이라고 공격했다. 그런 선동이 윤보선에게 도움이 됐을까. 오히려 ‘빨갱이 집안’이라고 몰려 숨죽이고 살던 사람들이 박정희에게 몰표를 줬다는 게 정설이다. 머리숱 가지고 사람을 조롱하는 천박한 짓을 대한민국과 역사를 함께 한 전통의 민주당과 그 지지자들이 하는 게 자신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걸까.
- 기자명 이충형 前 중앙일보 기자
- 입력 2024.03.18 14:07
- 수정 2024.03.18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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