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대구 한 대학병원에서 전공의가 사직원을 들고 있다. /연합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에 대한 반발이 전국적으로 확산돼 전공의들이 무더기로 사직서를 제출하고 의료현장을 떠났다. 일선 병원에서는 응급실이 환자들로 가득차고 수술·진료일정이 미뤄지는 등 국민건강권에 빨간불이 켜진 가운데 국민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19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이른바 ‘빅5 병원’전공의들의 사직서가 무더기로 제출됐다. 서울지역 대형병원 외에도 전국의 종합병원에서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있고 근무거부도 예상돼 진료 공백이 가시화됐다. 전국 각지 의과생도 집단 휴학을 결의하는 등 의대증원 정책에 반발하는 등 집단파업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빅5병원에 이어 전국 병원의 전공의들의 사직서가 잇따랐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세브란스 응급의학과 전공의)이 병원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한편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 가운데 ‘사직 전 병원 자료를 삭제하라’고 촉구하는 온라인 게시글이 올라와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기도 했다. 게시글에는 "인계장 바탕화면, 외국 공용 폴더에서 지우고 세트오더도 다 이상하게 바꿔버리고 나와라"며 "삭제 시 복구 가능한 병원도 있다고 하니 제멋대로 바꾸는 것이 가장 좋다"고 담겼다.

또 정부가 집단행동에 대처해 활용을 검토키로 한 PA(진료보조 : Physician Assistant)간호사가 전공의 대신 업무를 수행하지 못하도록 하고 사직 의사를 명확히 하기 위해 짐도 두지말고 나오라는 취지의 내용이 담겼다. 여론에서는 전공의들의 빈자리를 메우지도 못하게 하는 ‘국민을 인질 삼는 전공의’라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일선 의료현장에서는 의료대란의 전조 증상이 벌써 나타나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 병원 응급실에는 이날 오전부터 환자들이 가득 차 추가 접수가 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응급한 환자들이 적절한 조치를 받지 못하는 위험한 상황인 것. 서울아산병원도 환자들의 수술·진료 일정이 미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보건복지부는 전국 221개 전체 수련병원 전공의를 대상으로 진료유지명령을 발령했다. 현장점검을 실시해 경과를 투명하고 신속하게 발표하겠다는 방침이다. 직전에 내려졌던 명령은 필수의료에 대해 병원을 상대로 내린 것이었다면 이번 명령은 모든 전공의 개인에 대해 내린 것이다.

그간 복지부는 각 수련병원에 ‘집단사직서 수리 금지 및 필수의료 유지명령’을 내린 바 있다. 또 대한의사협회 등 의사단체에는 ‘집단행동 및 집단행동 교사 금지’ 명령을 내렸다. 또 진료를 거부한 전공의 개인에 대해서는 개별적으로 업무개시명령을 내린 바 있다.

의협은 "정부는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대책을 의료계와 긴밀히 논의해 마련해달라"고 주장했다.

복지부는 의협 집행부 2명에게 ‘단체행동 교사 금지 명령’ 위반 혐의로 면허정지 행정처분에 관한 사전 통지서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는 당사자 의견을 청취한 뒤 위반으로 결론이 나면 면허정지 처분을 내릴 방침이다.

오히려 대한의학회는 정부로부터 업무개시명령 등을 받는 전공의들을 보호해주겠다며 들고 나섰다. 의학회는 "정부가 수련병원에 사직서를 수리하지 말라고 명령했는데 자유민주주의 사회에 걸맞는 모습인지 의문을 제기한다"며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전공의들을 보호하겠다"고 밝혔다.

대한대장항문학회도 "전공의를 병원 밖으로 내몰지 말라. 의대정원 논의를 재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집단행동으로 인해 중증·응급 치료가 거부되는 등 피해를 본 경우 국번 없이 ‘129번’으로 전화하면 피해 사례를 상담해주고 법률구조공단과 연계해 소송을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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