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식
김용식

최근 서울 시내를 다니다 보면, 우리에게 익숙한 현대나 기아 등 국산 자동차 회사 로고가 아닌 생소한 로고를 달고 있는 버스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국토교통부와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대한민국에서 팔린 전기버스 총 2821대 중 절반 이상인 1528대가 수입산이다. 이들 대부분은 중국 업체인 비야디(BYD)와 하이거 등에서 생산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한 국산 전기버스의 중국 수출은 ‘0대’인 반면, 중국산 전기버스의 국내 수입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고 한다.

이를 뒷받침하는 통계는 또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산 전기버스의 국내 수입은 2억3114만 달러로 1년 전보다 76.2%, 약 1억 달러나 급증해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간 중국산 전기버스 수입액은 무려 6420억 원에 달한다. 지난해에는 사상 처음 연간 기준 중국산 전기버스의 판매·등록 대수가 국산 전기버스를 앞섰다.

중국산 전기버스가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빠르게 국내 시장을 점령하는 것에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기차 가격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효율성과 안전성 등의 배터리 성능이다. 높은 에너지 밀도를 자랑하는 NCM(니켈·코발트·망간) 삼원계 배터리를 적용한 국산 전기버스는 대당 3억5000만 원 정도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탑재해 가격을 낮춘 중국 전기버스는 이보다 약 1억 원 정도가 저렴하다.

이에 정부는 고성능 배터리를 장착한 국산 전기차에 보조금을 더 지급하는 방식으로 중국산을 견제하려 노력하고 있다. 환경부는 최근 ‘전기차 보조금 개편안’을 발표, 에너지 밀도와 재활용 가치가 높은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 보조금 혜택은 늘리고 저효율 배터리의 전기차 혜택을 줄이도록 했다. 하지만 업계 반응은 회의적이다. 우선 중국 업체들이 국내 보조금 정책에 발빠르게 대응해 NCM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또 LFP 배터리를 적용해도 보조금 차액이 크지 않아, 애초 공급 단가가 저렴한 중국산 버스 수요에 큰 영향을 주기 어렵다는 것이다.

중국의 대표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가 국내 전기버스에 이어 전기승용차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라고 한다. 비야디는 배터리를 직접 생산하기에 경쟁 완성차 업체보다 가격 경쟁력 확보에 유리하다.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세계 시장을 공략하는 비야디는 지난해 4분기 전기차 52만6409대를 판매, 48만4507대를 판매한 미국의 테슬라를 제치고 순수 전기차 판매 세계 1위에 올랐다. 국내에서는 아직 중국산이 가진 ‘짝퉁’, ‘불량품’ 이미지 때문에 실패할 것이라 단정짓는 반응이 대다수다.

하지만 국산 버스나 중국산 버스나 같은 요금을 받는 버스 회사의 선택이 중국산 전기버스인 것처럼, 택시업체와 택배, 물류업체들이 계속 중국산 전기차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10년 뒤 20년 뒤 아이들이 보는 첫 차는 비야디나 북경자동차의 전기차일 수 있다. 기업 경쟁력 확보도 중요하지만, 정부 역시 미래를 보고 보조금 정책 등의 전반적인 산업 인프라를 탄탄하게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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