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식
김용식

일본의 아나운서 출신 정치인이 ‘과거 유흥업소에서 일한 경력 때문에 당에서 불출마 요구를 받았다’라고 폭로해 논란이다. 4월 28일 보궐선거에서 도쿄도 제15구 중의원으로 출마 예정이었던 국민민주당 소속의 다카하시 마리 전 아나운서가 자신의 SNS를 통해 "국민민주당으로부터 ‘출마를 포기하라’는 말을 듣고 눈물을 머금으며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힌 것이다.

다카하시는 "생계비 지원 제도와 장학금 덕으로 게이오대를 졸업했지만, 상환금이 많이 남아있었다"며 "빨리 갚기 위해 라운지에서 일했다. 그게 나쁜 일이라서 입후보할 수 없다면, 밑바닥에서 열심히 일하는 여성은 평생 도전조차 할 수 없다는 뜻이냐"고 말했다. 라운지는 여성 종업원이 한 명 또는 여러 명 고객을 접객하는 형태의 유흥업소라고 한다.

대한민국에서도 4월 10일 총선을 앞두고 양당의 공천이 화제가 되는 시점이다. 여기까지의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공유한 독자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실지 정말 궁금하다. 우리나라의 국회의원들은, 혹은 이번에 공천을 받은 사람들은 주로 어떤 사람들일까. 대통령부터 여야의 대표, 이하 인물들을 조금만 떠올려 봐도 검사, 변호사 등 법조인이 압도적으로 많다. 필자는 지난 21대 총선에서 상대 민주당 후보에게 ‘국회의원은 대통령을 상대하고 장관을 상대해야 하는데, 자영업자 출신인 후보가 직무를 수행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을 받기도 했다. 대개 그렇게 자영업자들을 무시하는 정치인들은, 누군가에게 월급 한 번 제대로 줘본 적도 없이 정치권 언저리에서 삶을 연명해 온 자들임에도 말이다.

도대체 정치란 무엇일까. 왕이 군림하며 ‘계급’이 존재했던 과거에는 주로 피지배층을 통제하는 것이 정치였다. 하지만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각 계층 간의 분쟁을 조정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그렇기에 최근 정치는 미국 정치학자인 데이비드 이스턴이 정의한 ‘가치의 권위적 배분’ 등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제 정치는 누가 해야 하는가. 민주당처럼 당 대표의 코딱지를 떼어주거나, 당 대표를 절세 미남이라 불리는 차은우보다 잘 생겼다고 할 줄 아는 사람들이어야 할 수 있는 것일까? 그래, 그럴 수도 있다. 본질은 그게 아니기 때문이다. 민주정당의 구성원, 특히 그중에서도 민의를 받드는 국회의원의 스펙트럼은 훨씬 더 넓어야만 한다. 대부분이 법조인 출신으로 이루어진 입법부가 과연 건강하다고 할 수 있을까? 길든 짧든 그 사람이 살아온 과정을 통해 조금 더 많은 사람을 설득하고 그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분쟁을 조정할 수 있다면, 누구든 정치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게 민주주의다.

최근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도 공천 발표를 시작했다. 어떤 인물이 공천되었는지, 또 어떤 인물이 낙천되었는지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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