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임대 주택 건설이 지지부진을 넘어 심각한 상황이다. 이러다 서민 주거안정망이 통째로 붕괴될까 두렵다. 지난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지방자치단체 등의 공공임대주택 착공 건수는 불과 7398채. 그 전해인 2022년은 1만5815채였다. 1년 만에 53.2%가 뚝 떨어졌다. 지금까지 이런 급락은 없었다.

근본 원인은 고금리와 공사비 상승이다. 미국의 연준 기준 금리 하락이 예상보다 더디고 공사비는 천정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다. 미·중 갈등과 세계 정세 변화로 인한 공급망 교란이 건설업계까지 목줄을 누르고 있다. 게다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가 건설업계의 혈당치를 계속 높인다. 4·10 총선 이후 ‘PF 도미노 도산설’이 끊이지 않는다. 지금 상황은 단순 ‘건설업 불황’ 표현으로는 모자라고 ‘중층적 위기’로 판단해야 할 것이다.

법치가 무너지면 가장 먼저 서민들이 피해보듯 부동산 시장도 똑같다. 건설 시장이 위축되면서 공공임대주택 공급부터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LH·SH가 직접 짓거나 민간공급 임대주택 모두 위축됐다. 더욱이 전세사기 여파와 전셋값이 오르면서 임대차 시장까지 불안해지고 있다.

서민·저소득층의 주거 안전망이 흔들리면 문재인 정부 때의 끔찍한 악몽이 재현될 수 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재개발·재건축을 틀어막고 문재인 정권의 갑작스런 임대차 3법으로 2020년 한해 동안 서울 아파트 중위 가격이 6억에서 11억5000만 원으로 치솟았다. 100% 가까이 뛴 것이다. ‘서울시민의 경기도민화’ 현상은 아직 진행 중이다. 서울 아파트 중위 가격도 여태껏 정상화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또 전셋값까지 치솟으면, 이번 총선은 대충 넘어간다 해도 다음 대통령 선거는 해보나마나다. 부동산 문제는 정권의 지속 여부를 가르는 핵심 중 핵심 이슈다.

정부는 더 늦기 전에 특별 대책을 세워야 한다. SH의 토지임대부 주택건설은 좋은 정책이다. 아파트에 사는 주민들은 사실상 ‘아파트 내 내 땅’ 개념도 없다. 아파트는 주거용이다. 아파트 건설에서 토지소유 개념을 없애면 서울에서 실평수 85㎡ 아파트 중위 가격이 4억이면 충분하다는 전문가 의견에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 서민 주거가 무너지면 정권이 문제가 아니라 국가공동체 자체가 불안해진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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