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반체제 인사인 알렉세이 나발니가 시베리아 교도소에서 의문사를 해 큰 파장을 낳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에서는 푸틴 정권이 오는 3월 15일-17일 치러질 대선을 앞두고 반대파 의지를 꺾기 위해 내부 단속 차원에서 살해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는 인권 유린이고 자유와 민주주의 파괴다.

나발니는 푸틴에 반대하는 반체제 인권변호사로 푸틴의 핵심 정적이었다. 그는 2011년 ‘반부패재단’을 창설한 후 러시아 고위 관료들의 부정부패를 폭로하며 반정부 운동을 이끌어 왔다. 2016년 12월 대선 출마 선언 4달 뒤 독극물 테러를 당해 오른쪽 눈을 다쳤으며, 2020년 8월 비행중 독극물 중독으로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살아났다. 2021년 1월 극단주의 혐의로 체포되어 30년 형을 선고 받고 시베리아 제3교도소에 수감됐다. 수감된 후에도 변호사를 통해 반체제 운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해오다 이번에 돌연사한 것이다.

푸틴 정권은 나발니가 산책 중 돌연사 증후군으로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가족에게는 시신을 보여주지도 않고 있다. 러시아 당국이 나발니를 살해한 의혹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나발니가 숨지기 이틀 전 러시아 정보기관인 연방보안국(FSB) 당국자들이 그가 복역중이던 교도소를 방문해 보안카메라(CCTV) 연결을 끊었다고 한다. 나발니 사망 발표도 지나치게 신속했다. 공식 사망 시점 후 불과 2분 만에 발표했다. 크렘린궁 논평도 그로부터 7분 만에 나왔다. 이는 그의 죽음이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되고 조직 상호간 조율됐다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국제사회는 들끓고 있다. 바이든 미 대통령은 16일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열고 "나발니 죽음이 푸틴과 그의 깡패들의 행동에 따른 결과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미국·영국·독일에서는 푸틴을 규탄하는 집회가 끊이지 않고 있다. 베를린 주재 러시아 대사관 앞에서는 "러시아 정부와 푸틴은 책임져라!"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린 트레이시 러시아 주재 미 대사는 나발니의 추모 장소를 직접 방문했다.

전체주의적 권위주의 체제와 자유·인권은 양립이 어렵다. 국제사회는 푸틴 정부의 반인권 행태에 주목하면서 러시아 내 반체제 인사들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지지를 표해야 한다. 우리도 예외가 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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