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임준
이임준

‘돈은 잠들지 않는다’-마이클 더글러스 주연 2010년작 ‘월 스트리트 2’의 부제다.(Wall Street 2-money never sleeps) 이 문장은 월 스트리트와 미국 거대은행을 중심으로 이어지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역동성을 뜻하지만, 경제주체에 따라 달리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국가·기업·개인으로 이루어지는 경제주체 중 하나인 개인은 국가나 기업과는 다르게 이를 해석하고 받아들인다

예를 들어보자. A라는 피자가게 주인이 있다. 그는 매우 성실하다. 1년에 50일밖에 쉬지 않는다. 50일이 많은 것 같지만 보통 직장인의 경우 법정공휴일과 토,일요일 휴무를 합하면 매년 110~130일을 쉰다. A는 운영자금으로 은행에서 1억 원을 만기일시 4%로 대출했다. 이자로 한 달에 33만3333원이고 하루 1만958원이다.

이 계산이 맞을까? 아니다. 자영업자의 이자계산 방식은 달라야 한다. 50일을 쉬니 영업일수 315일을 기준으로 이자를 계산하면 하루 1만2698원이다. 만일 2억 원을 대출받으면 집에서 쉬는 날에도 어김없이 2만5396원, 3억이면 3만8094원, 5억이면 6만3490원을 내야 한다.

이자는 잠들지 않는다. 자영업자가 밤에 잠을 자건 교통사고로 병원에 입원하건, 위생단속에 걸려 휴업을 해도 이자는 내야 한다. A의 사정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직장인의 이자계산 방식은 다르다. 공휴일에도 급여가 나오는 한 110일 쉬어도 130일을 쉬어도 이자는 같다. 같은 경제주체인 개인간에도 이렇게 이자 내는 실질이 다른 것이다. 다시 말해 직장인의 표면이자율과 실질이자율은 같지만 A의 표면이자율과 실질이자율은 다르다. 자영업자가 훨씬 더 많은 이자를 부담하고 있으며 실질이자율이 높다. 머니게임 관점에서 말하면 ‘돈은 잠들지 않는다’지만,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이자는 잠들지 않는다’이다.

물론 소상공인진흥공단의 저리 정책자금이란 제도도 있다. 그러나 일반 시중은행을 통한 자금대출시 직장인과 소상공인·자영업자·개인사업자에 대한 금리는 차별화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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