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임준
이임준

홍콩H지수 연관 ELS 낙인(Knock in) 만기가 가까워지면서 손실이 거의 확정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홍콩H지수 기초 ELS 총판매 잔액이 18조 8000억 원으로, 전체 잔액의 80.5%인 15조 1000억 원의 만기가 올해 도래한다. 1분기 3조 8000억, 2분기 6조 원으로 올해 상반기에만 9조 8000억 원의 만기가 집중돼 있다. 누적손실액을 50%라 계산하면 1~2분기에만 거의 5조 원의 천문학적 손실이 예상된다

ELS는 파생상품의 일종으로 투자금의 80~90%는 정기예금 등으로 예치되지만 나머지는 옵션에 투자된다. 대부분 ELS는 풋옵션 매도를 내재한다. 어느 시점까지 주가가 지정한 가격 이하로 내려가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일정한 금액을 받겠다는 계약이다. 주가지수가 안정적일 때는 6개월마다 도래하는 만기에 원리금이 상환되지만, 급격한 하락장에서는 손실이 거의 무한대다

ELS는 과거에도 유사한 사태가 있었다. 이후 통제가 대폭 강화돼 투자 관련 자격증을 소지한 직원에 한해 판매할 수 있게 하고 고객에게 필수사항을 고지하도록 했다. 그럼에도 유사한 분쟁이 또 벌어졌다. 왜? 리스크 관리에서 은행이 간과한 점이 있기 때문이다. 금리 리스크, 환율 리스크가 아니고 컨트리(country) 리스크다. 은행에서 직원에게 상품 판매 교육을 할 때 컨트리 리스크에 대한 설명이 없었다. 도덕적 해이보다는 리스크 관리 실패에 더 가깝다

돈은 홍콩과 중국 같은 독재를 싫어하고 억압을 싫어한다. 이런 나라에 투자를 한다는 건 매우 어리석다. 컨트리 리스크는 다른 모든 리스크를 상쇄하고도 남는 국가적 리스크다.

중국과의 외교 관계를 감안해 금감원 주관 국가별 투자등급을 지정하는 게 어렵다면, 민간기구인 은행연합회 주관으로 국가별 투자등급과 투자한도를 정하거나 회피지역으로 지정하는등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ELD(지수연동예금)도 대안의 하나다. 원금은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최고 5000만 원까지 보장되고, 내재 옵션에 따라 주가 연계 예금의 성격과 판매가격이 결정된다. 투자 구조는 투자액 대부분을 정기예금에 넣고, 여기서 나오는 이자를 주가지수 옵션 등 파생상품으로 운용해 수익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예금과 펀드의 장점을 살린 상품으로 수익률은 낮지만 원금은 보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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