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임준
이임준

대한민국에서는 대출이자에 교육세가 붙는다. 조세의 대원칙을 무시하는 법률이자 대출이자에 허덕이는 국민을 상대로 한 교육계의 세금 뜯어먹기다.

프랑스 루이14세 시절의 재상 콜베르는 세금 징수를 ‘거위 털을 뽑는 기술’에 비유했다. 납세자인 거위가 소리를 가장 적게 지르게 하면서 거위 털, 다시 말해 돈을 가장 많이 뽑아내는 게 좋은 조세기술이라는 얘기다. 그런 면에서 대출이자에 몰래 붙어있는 교육세야말로 거의 모든 국민이 모르는 거위털 뽑기에 다름아니다.

현행 교육세법 제3조 1항에 의하면 국내 금융·보험업자는 그 수익금액의 1000분의 5를 교육세로 납부할 의무를 지고 있으며, 제2항에는 그 세율의 100분의 30 이내에서 대통령령으로 조정할 수 있게 되어 있다.

2024년 현재 대통령령에 의해 은행의 가계·기업대출 모두 신용대출은 0.04%, 담보대출은 교육세 0.03%를 대출이자에 붙여 받는다. 공공데이터 포털(Data.go.kr)을 검색하면 2022년말 금융·보험업자의 교육세 징수세액은 1조2536억 원으로 나타난다. 이 세금은 은행·보험업자 대출이자 원가산출내역에 포함된다. 즉 은행이나 보험회사가 결산 후 당기 순이익에서 교육세를 내는 게 아니라 대출이자 원가계산 단계에서 산입해 고객에게 전가하는 것이다. 고객이 대출이자 원가계산서를 은행에 요구하더라도 이런 내역서는 나타나지 않는다. 이 원가계산내역은 은행 내부 경영자료에만 보인다.

이렇게 금융소비자가 모르게 낸 교육세는 교부금으로 전환되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란 이름으로 시도교육청에 풍족하게 배정된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내국세의 20.79%를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 자동 배정되도록 법제화되어 있다. 2023년 현재 기금은 21조4000억 원에 이르고 있다. 교부금 투입으로 초·중·고 공교육비는 OECD국가 중 최상위권이 되었다. 중·고생의 1인당 공교육비는 1만4978달러로 OECD 국가 중 2위, 초등학생도 1만2535달러로 매우 높다.

학령인구는 급격하게 줄고 있지만 교육세는 대출 규모에 비례해서 계속 급증하고 있다. 이 세금은 없애는 게 최선이지만 불가능하다면 세목을 바꿔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에 대한 복지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디테일에 숨은 악마는 이런 곳에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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