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수
전광수

21일 문화체육관광부 발표에 따르면, 2022년 국내 웹툰 산업의 총매출액은 1조 829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6.8% 증가했다. 처음 조사를 시작한 2017년(3799억 원)보다 4.8배 정도 급성장한 수치다. 2023년 매출은 2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성장에는 대한민국 대표 IT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있다. 전 세계 웹툰 플랫폼 매출 1위는 카카오 픽코마, 2위는 라인망가, 3위 네이버웹툰, 4위 카카오페이지 순이다. 국내 기업들이 말 그대로 ‘싹쓸이’ 중인 것이다. 특히 눈에 띄는 시장이 세계 최대 만화 시장으로 알려진 일본에서의 성과다. ‘2023 웹툰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웹툰의 해외 수출 전체 비중에서 일본은 45.6%를 차지한다.

한때 기업이나 학교에서 소프트웨어·아이디어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예로 들었던 것이 일본의 만화산업이다. 일본 만화시장은 슈에이샤(集英社)·고단샤(講談社)·쇼가쿠칸(小學館) 등 대형 출판사가 이끌어 왔다. 이들이 내는 잡지가 만화산업의 플랫폼 역할을 한 것이다. 잡지에 다양한 만화가 연재되고, 인기작은 단행본이나 TV·극장판 애니메이션, 캐릭터 상품으로도 만들어져 부가가치를 창출했다. ‘드래곤볼’, ‘슬램덩크’, ‘포켓몬스터’ 등 일본 만화가 세계를 휩쓸던 시대에 한국은 그에 맞서 경쟁할 자본도 역량도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결국 판권 계약을 통해 국내 번역본을 들여오거나 불법 유통을 하는 수준에 머물러야만 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온라인 게임 산업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한국 온라인 게임 회사인 넥슨(Nexon)은 ‘인터넷 공짜 경제 시대’에 가장 우수한 기업 중 하나로 꼽힌다. 넥슨은 세계 최초로 ‘부분 유료화’ 서비스를 개발했고, 지금은 그 방식이 세계 게임 업계의 성공 모델이자 한국 웹툰 플랫폼의 비즈니스 모델이 됐다. 우선, 항상 손에 들려있어 접근성이 우수한 스마트폰의 앱을 통해 볼 만한 웹툰을 초기에 대량 제공한다. 연재가 이어질 때까지 기다리면 계속해서 무료로도 즐길 수 있다. 다만 돈을 내면, 다음 화를 조금 더 빨리 볼 수 있다거나 하는 등의 서비스를 추가로 제공한다.

일본 만화업계가 한국식 웹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이유는, 일본이 여전히 ‘출판사’ 기반인 데 비해, 한국 웹툰은 철저하게 ‘IT 회사’ 기반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디지털 만화는 우리의 웹툰과 달리 기존 종이만화의 판형을 전자책으로 복사해 옮겨놓는 수준이기에, 스마트폰 화면에 최적화된 웹툰의 경쟁력은 막강하다. 이 방식은 스마트폰에 익숙하면서도 다양한 주제에 쉽게 흥미를 갖는, 그러면서도 만화책을 구매하기에는 부담을 느끼는 10대에게 큰 호응을 얻는다.

미국과 일본이 양분한 세계 캐릭터·라이선스 시장 규모는 2018년 기준 약 214조 원이었다. 일본의 헬로키티는 자산가치만 24조 원에 달하며, 연간 1~2조 원의 상품 판매 및 라이선스 수익을 거두고 있다. 우리나라 웹툰의 인기가 캐릭터·라이선스 시장을 더 확장하고, 우리나라도 세계인에게 오랫동안 사랑받는 캐릭터를 보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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