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잃어버린 30년' 탈출...'깊은 늪' 빠진 중국 경제

도쿄 증시, 시총 아시아 1위 탈환...엔저 타고 경상수지 흑자 185조원
中, 작년 외국 투자 330억달러 그쳐...美 대중 투자제한 강화 등 악재

/그래픽=김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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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의 디리스킹, 즉 위험 제거 기조와 중국 당국의 반간첩법 시행 영향으로 외국자본의 탈(脫)중국 현상이 본격화되고 있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견제가 여전하고, 글로벌 기업들이 전면적인 공급망 재편에 나서면서 외국자본의 탈중국 러시를 가속시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블룸버그는 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을 의미하는 디플레이션, 헝다(恒大) 디폴트 선언으로 대변되는 부동산 위기, 강력한 부양책 부재, 체감경기 악화, 그리고 증시 폭락의 5대 리스크를 짚으면서 중국 경제가 헤어나기 힘든 ‘늪’에 빠져 있다고 진단했다.

반면 일본 경제는 증시가 활기를 띠며 ‘잃어버린 30년’에서 탈출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증시의 대표 주가지수인 니케이225지수는 지난 26일 장중 3만9388까지 올랐는데, 이는 버블경제 당시 세운 기존의 최고 기록을 34년 2개월 만에 경신했던 22일 장중 최고가 3만9156보다 230포인트 이상 높은 것이다.

앞서 지난 12일에는 도쿄 증시의 시가총액이 상하이 증시를 넘어서면서 3년 반 만에 아시아 1위를 탈환했다. 이는 중국 주식을 매도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일본 증시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관측도 있다.

27일 중국 외환관리국(SAFE)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FDI) 금액은 330억 달러로 전년의 1802억 달러 대비 82% 감소했다. 지난해 대중국 FDI 규모는 2년 전인 2021년의 3441억 달러와 비교하면 9.6%에 불과한 것으로 2년 사이 중국에 대한 외국인 투자가 10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든 셈이다.

중국에 대한 FDI가 급감하고 있는 가장 큰 요인은 지정학적 갈등이다. 미중 간 패권경쟁 심화로 미국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시행하는 등 대중국 디리스킹 정책을 추진하면서 글로벌 기업의 중국 투자에 대한 리스크가 커진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부과된 무역법 301조에 의한 고관세가 지속되고 있는 것은 물론 반도체과학법(CSA)을 통한 차별 조치로 중국 내 경제활동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EU도 지난 2020년 중국과 포괄적 투자협정 체결에 합의했지만 불과 3년 만인 지난해 오히려 중국 투자 제한을 검토하는 등 분위기가 냉랭하게 바뀌었다. 일본 역시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중국발 공급망 차질로 어려움을 겪은 뒤 공급망 설비를 국내로 이전하거나 아세안 국가로 다원화하는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탈중국 정책을 쓰고 있다.

더구나 중국 당국이 지난해 반간첩법 개정과 대외관계법 제정을 통해 중국의 국익에 반하는 행위를 광범위하고 엄격하게 규제하면서 미국계 로펌 덴튼스가 중국 사업을 접고, 여론조사기관 갤럽이 중국 사무소를 폐쇄하는 등 탈중국 러시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경기 침체도 외국자본의 탈중국 요인이 되고 있다. 지난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5.2%로 ‘5%선’은 방어했지만 여전히 경기회복 속도가 느려 올해부터는 5%를 밑돌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010년 이전 경제성장률이 10%를 넘나들고, 2010년 이후에도 7% 내외를 유지하던 것과 비교하면 중국에 투자할 유인이 크게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2020년 주요국의 금리는 중국보다 낮은 수준이었지만 주요국이 인플레이션에 대응해 정책금리를 인상하는 사이 중국은 오히려 금리를 인하했다. 이로 인해 지난해 말 미국과 EU의 기준금리는 각각 5.50%, 4.50%까지 상승했지만 중국은 5년 만기 대출우대금리(LPR) 기준 4.20%로 역전됐다.

/그래픽=김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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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달리 일본의 경제 기상도는 쾌청이다. 지난해 일본의 경상수지 흑자는 20조6295억엔(약 185조원)으로 전년 대비 92.5% 증가했다.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수입액 규모가 줄어든 반면 반도체 공급난 완화와 엔저 효과로 수출은 호조세를 보인 영향이다. 특히 엔저는 일본 기업의 실적을 개선시키는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실제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도쿄 증시에 상장된 기업 1020곳의 2023회계연도 실적 전망을 분석한 결과 순이익은 전년 대비 13% 증가한 43조5000억엔을 기록할 것으로 추산됐다. 매출 대비 순이익률도 5.8%로 전년의 5.5%보다 개선될 전망이다. 이 같은 실적이 최근 일본 증시의 랠리를 이끌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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