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김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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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일본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전환 가시화로 글로벌 외환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달러값이 올해 들어 2개월 만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강달러 시대가 저물 조짐을 보이고 있고,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 탈출 가능성에 엔화값이 뛰면서 초엔저 현상도 종료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통상 엔화와 동조화 양상을 보이는 원화는 달러당 1310원선으로 올라섰는데, 원화 가치가 1310원선으로 반등한 것은 지난 1월 4일의 1310원 이후 두 달여 만이다. 아울러 지난해 말 100엔당 900원을 웃돌던 원·엔 환율이 최근 890원선으로 하락하자 저점에 엔화를 매수하려는 수요가 늘면서 엔화예금 잔액이 급증하고 있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지난 8일 102.71을 기록했는데, 이는 1월 9일의 102.57 이후 가장 낮은 것이다. 이처럼 달러의 몸값이 하락한 것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르면 6월 본격적으로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시장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의 비둘기파 발언은 달러값 하락을 가속화시키는 원인이 됐다.

파월 의장은 지난 7일 "인플레이션이 2%를 향해 지속적으로 움직인다는 확신이 서길 기다리고 있다"며 "그 지점이 멀지 않았다면 긴축 강도를 완화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 연준이 금리를 인하하면 상당수 투자자는 더 높은 수익을 좇아 미국 시장을 떠날 수 있고, 이 같은 자본 이탈은 달러값 하락을 부추기는 요인이 된다.

최근 들어 엔화값이 반등하고 있는 것도 달러값 하락을 압박하는 요인이다.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50엔선에서 고공행진하다 최근 146엔까지 급락했다. 일본은 그동안 경기침체 속 물가 하락에서 벗어나기 위해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해 왔는데, 일본은행(BOJ)은 이르면 다음주나 4월 중 단기금리를 -0.1%에서 인상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는 지난 2007년 이후 첫 금리 인상이다.

우에다 가즈오(植田和男) 일본은행 총재는 지난 7일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기 위한) 물가 상승률 2%의 실현 가능성이 조금씩 커지고 있다"며 "목표 달성이 가시화되면 대규모 통화정책 수정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엔화가 강세를 보일 경우 역으로 일본 증시는 하락 압력을 받을 공산이 크다. 실제 기대보다 이른 금리 인상설로 지난 11일 닛케이225지수는 지난해 10월 4일 이후 가장 큰 낙폭인 2.19% 하락한데 이어 12일에도 0.06% 떨어졌다. 역대 최고점을 찍자마자 하락세로 돌변한 것이다. 앞서 닛케이225지수는 지난달 15일 3만8157을 기록해 버블경제 당시의 역대 최고점을 34년 만에 경신한 바 있으며, 이달 4일에는 4만선을 돌파해 4만109.23까지 올랐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2023년 이후 엔·달러 환율과 일본 증시의 상관관계가 0.8~0.89였을 정도로 엔화 약세는 일본 증시의 큰 상승 동력이었다"면서 "하지만 일본의 금리 인상이 본격화되면 증시 흐름도 불투명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엔화의 본격 반등을 앞두고 싼값에 엔화를 사두려는 수요가 많아지면서 엔화예금 잔액도 역대급으로 늘어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 5대 은행의 엔화예금 잔액은 1조2130억엔으로 1월 말의 1조1574억엔 대비 4.8%인 556억엔 증가하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5대 은행의 엔화예금 잔액은 지난해 4월 말 5979억엔에서 11월 말 1조1971억엔으로 7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이다 12월 1조1330억엔으로 줄어들었다. 지난해 11월에는 원·엔 환율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5년 만에 처음으로 100엔당 850원선까지 낮아져 엔화에 대한 투자 매력이 높아졌지만 12월 들어 910원선으로 가파르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지난해 말 한풀 꺾였던 엔화 투자 열기는 올 들어 다시 살아나는 모습이다. 원·엔 환율이 100엔당 900~910원 사이에서 움직인 1월에는 엔화예금 잔액이 전월 대비 2.2% 증가하는데 그쳤지만 2월 들어선 역대 최대 규모를 갈아치울 만큼 엔화 매수세가 집중됐다. 이는 원·엔 환율이 재차 100엔당 900원 밑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원·엔 환율은 2월 1일 906원에서 2월 23일 883원까지 하락했으며, 최근에는 890원선에서 횡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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